"손위랑 손아래랑 싸우면 서로한테 타이를 말이라도 있지, 쌍둥이끼리 싸우면 어떻게 말릴지 모르겠어. 특히 누구 하나 편들었다가는 난리도 아니거든." 다섯살배기 남매 쌍둥이 엄마 최은주(35)씨의 말에 쌍둥이 엄마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남자쌍둥이는 더 해", "둘 다 똑같이 혼내야지."
한쪽에선 남편들 수다가 한창이다. "이제와 하는 얘긴데, 쌍둥이들 어릴 때는 밤새 시달리고 다음 날 출근할 거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자진해서 야근도 했다니까. 이거 애기엄마가 들으면 안 되는데." 아홉 살 쌍둥이를 둔 유선종(43)씨가 '이제는 애들 다 키웠다'는 듯 너스레를 떨자, 다섯 살 쌍둥이 아빠 신정희(41)씨가 "한 수 배웠다"고 맞장구를 쳤다.
쌍둥이 가족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쌍지뭘'(쌍둥이는 지금 뭘 할까) 회원 가족 80여명이 7월30일~8월1일 경기 가평군의 한 펜션에서 '가족사랑 캠프'를 즐겼다. 최근 인공수정 등으로 인해 국내의 쌍둥이 수가 크게 늘었지만, 이들만을 위한 사회프로그램이나 문화시설 등이 부족한 터라 서로를 의지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도 63만4,501명이던 국내 신생아 수는 점차 줄어 지난해 46만5,892명을 기록한 반면, 쌍둥이 신생아 수는 2000년 5,146명에서 지난해 6,289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전체 출생아 중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0년 0.81%에서 매년 꾸준히 높아져 2008년 1.35%를 기록했다.
쌍둥이 가족들이 매년 여름휴가 날짜를 맞춰 함께 놀러 온 것만 올해로 다섯 번째. 가깝게는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클럽장 김현수(36)씨 가족부터 전남 나주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올라온 김남순(31)씨 가족까지 전국에서 열여섯 가족이 모였다. 쌍둥이는 일란성, 이란성에 남매도 있고, 나이도 네 살부터 열 살까지 차이가 났다. 2005년 3월 카페를 개설했다는 클럽장 김씨는 "매년 참가한 가족도 있고, 처음 온 가족도 있지만 서로 카페에 육아일기와 사진을 올리기 때문에 자주 만나는 것만큼 친해 호칭도 형부, 처제라고 부른다"며 "전체 회원은 1,000여명 정도"라고 말했다.
2박3일 동안 32명의 쌍둥이는 물놀이와 미꾸라지 잡기, 장기자랑 등을 하며 놀았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돌보며 네일아트와 천연비누 만들기, 천연손수건 만들기를 하고, 아빠들은 체육대회로 짬짬이 자신들만의 휴가를 즐겼다.
그래도 백미는 자투리 시간에 벌어지는 정보교환과 물물교환. 쌍둥이를 키울 때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경제적 부분과 체력적인 부분을 덜어줄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캠프 첫날인 지난달 30일 여섯 살 남자 쌍둥이 이현탁ㆍ현준이네 엄마 김남순씨는 일곱 살 남자 쌍둥이 엄마인 클럽장 김씨로부터 옷가지를 물려받았다. 이 옷들은 이미 김씨가 2008년 여덟 살 쌍둥이 구희빈ㆍ희민이가 깨끗하게 입은 옷을 물려받았던 것이다.
카페회원들은 옷가지를 비롯해 미끄럼과 같은 고가 장난감들도 서로에게 물려주고 있다. 또 아이들이 젖병을 물고 있을 때 사용하는 젖병 고정대를 옷걸이를 이용해 만드는 방법 등 쌍둥이 육아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고 했다.
전북 군산에서 승용차로 7시간 걸려 처음 캠프에 참가했다는 이동헌ㆍ자헌(5) 쌍둥이의 엄마 이은경(39)씨는 "첫날에는 모두 새로운 사람들이고 해서 조금 어색했지만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잘 놀고 다른 분들한테도 노하우를 많이 배운 거 같아 앞으로 카페활동을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