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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7) 나눠서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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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다문화 우리문화!] (7) 나눠서 행복해요

입력
2010.08.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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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들께 쌀국수 대접… 병원서 통역 도우미… "情이 새록새록"

멀리 이국 땅에서 한국에 온 다문화인들이 우리 사회에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는 '나눔 천사'가 되고 있다. '초대 받은 손님'에서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당당한 한국인'으로 제 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이들을 만나본다.

쌀국수로 사랑 나누는 베트남 새댁들

"열무김치는 없어요? 국물이 너무 적은 거 아니에요."

"젓가락을 저쪽에 안 놓았나 봐요."

지난달 15일 오후 광주 봉선동에 있는 효애보람의집(노인요양보호기관). 그릇에 음식을 정성스레 나눠 담는 아낙네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동네 어르신들이 간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곧 내려올 때다. 오늘의 간식 메뉴는 베트남 쌀국수.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든 쌀국수는 특별하다. 베트남이 친정인 다문화 새댁들이 직접 어제 저녁부터 준비한 것이다.

이름하여 '어르신 나눔 쌀국수'. 베트남 댁들이 생활비 중 일부를 십시일반으로 모아 주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만든 음식이다. 나눔 활동의 주인공은 전남 광주시 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베트남 자조(自助)모임 회원 30명. 우리나라에 온 지 얼마 안 된 초보 새댁들은 한국 생활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우선 남편, 시부모와 말이 통하지 않아 보통 답답한 게 아니다. 밖에는 낯선 세상이라 혼자 돌아다닐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자조 모임에서는 이런 새댁들이 센터에 모여 베트남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향수를 달랜다. 선배 새댁은 후배들에게 한국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준다. 직업 교육의 일환으로 다문화지원센터 프로그램에 따라 리본 공예 등을 배우기도 한다.

이런 모임의 성격이 바뀐 것은 올해 3월. 센터에서 매일 만나 같이 한국어를 공부하던 몇몇 새댁들이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면 어떠냐"는 제안을 한 것.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는 일부 아시아권 음식과 달리 베트남 쌀국수는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아 센터 직원들도 좋아한다. 아이디어는 며칠 지나지 않아 행동으로 옮겨졌다.

회원들이 걷는 회비는 두 달에 1인당 1만원. 회원들이 함께 쓰는 비용 등을 제외하면 남은 돈을 쪼개 음식을 만드는 게 결코 여유롭지 않다. 하지만 '음식 맛은 정성'이라고 하듯 쌀국수를 만드는 데는 보기보다 품이 많이 들어간다. 쌀국수 맛의 비결은 국물. 돼지뼈에서 핏물을 뺀 뒤 양파, 생강, 후추 등을 함께 넣고 2시간 가량 푹 끊여야 육수가 제대로 나온다. 여기에다 마트에서 구입한 쌀국수를 삶아 찬물에 식혔다가 청양고추, 얇게 썬 양파, 숙주 등을 함께 얹어 내놓으면 쌀국수가 탄생한다.

이날 음식 만들기에는 회원 4명이 함께 했다. 2005년 광주로 시집와 아들(5) 하나를 두고 있는 뛰이창(25·한국명 김가영), 작년 8월에 와 수줍음이 많은 새댁 레티웨탄(21), 세살배기 딸을 둔 짠티뚜어이(25), 세살배기 아들 하나가 있는 앤더바이(23)씨. 3월 더불어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어색했다. 하지만 한두 번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젠 어르신들과 인사도 하고, 몸이 불편한 분에게는 음식을 손수 먹여 드린다.

"외국인 새댁이라고 해서 센터에서 도움만 받았는데 이젠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어 기쁘다"는 이들의 밝은 표정은 여느 20대 처녀와 다르지 않다. 효애보람의집에서 사는 윤복순(71) 할머니는 뛰이창씨를 보며 말한다. "착하기도 하지. 음식도 맛있고. 고마워! 고마워!"

전남대병원 이방인 환자 수호천사들

다문화인 봉사 활동은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험을 하는 병원에서도 이어진다. 올해 5월 전남의 한 조선소에 일하는 베트남인 호앙바칸(34)씨는 배가 너무 아파 전남대병원을 급히 찾았다. 한국에 온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의사소통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일상 대화도 안 되는 상태에서 갑자기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의사에게 설명하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진찰과 위 내시경 검사 등을 여느 한국인처럼 어렵지 않게 받았다.

이런 진료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전남대병원에 있는 다문화인 홍보사절 덕분이다. 진료 통역에서부터 약을 구입할 때까지 통역과 안내를 해주는 이방인 도우미가 있어 가능했다. 전남대병원과 광주북구다문화지원센터는 지난해 7월부터 협약을 맺고 우리말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나 이주 여성들 위해 진료 통역 및 안내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일주일에 이틀씩 우리말을 할 수 있는 이주여성들이 병원에 머물면서 외국인 입원 환자들을 돌보거나 응급 환자 진료에 필요한 통역을 해준다. 급한 환자가 있을 경우에는 전화로 치료 도움을 주기도 한다.

현재 필리핀 베트남 몽골 중국 일본 대만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9개국에서 온 23명의 다문화 여성이 나눔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당초 다문화 도우미 활동이 시작됐을 때만 그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광주 인근으로 유입되는 결혼이주 여성과 외국인 근로자가 늘면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5월 심장 수술을 받은 호트롱뿌앙(29)씨도 다문화인 통역 서비스 덕을 봤다. 그는 호흡곤란으로 3월 병원 응급실을 찾아 심장초음파와 심전도 검사 등을 받은 결과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이 필요한 상태인데 이억만리에서 홀로 온 지라 보호자가 없었다. 하지만 전남대병원 후원으로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베트남 홍보사절 도움으로 가족도 상봉할 수 있었다.

조정관 전남대병원 홍보실장(순환기내과 교수)은 "개원 100주년을 맞아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운영해 온 홍보사절 제도가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더 많이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 기고/ 더불어 사는 행복 정책이 필요한 때

우리나라는 결혼이민자 17만명, 외국인 거주자 120여만명에 육박하는 다문화 사회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슬픈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베트남 여성이 결혼 8일 만에 정신이상 남편에게 살해된 것이 대표적 예다.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얼마 전 결혼이주여성들과 간담회에서 대두된 가장 큰 문제는 사기 결혼 대책이었다. 참석한 다섯 나라 결혼이민자들은 중개업체 얘기와 결혼 현실이 너무 동떨어졌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물론 잘 사는 결혼이민자도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결혼 생활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민들레 홀씨처럼 건너온 이주 여성들. 이들은 중개업체를 통해 들었던 남편의 거짓정보에 울고, 한국 남성들의 가부장적 사고에 또 운다.

도착한 날부터 한국 사람이 빨리 되려면 김치를 잘 먹어야 된다며 날마다 김치를 강제로 먹이고 아침마다 샤워를 한다고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꺼버리는 시어머니, 아들이 성 기능을 못하는데도 빨리 아이 안 낳는다며 술 먹고 며느리 뺨을 때리는 시아버지, 시동생이 아이를 낳으면 누가 책임지냐며 강제로 아이를 낙태시킨 손윗동서, 오빠를 꼬드겨 새 집으로 이사 간다며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아버린 시누이, 한국어 교실에 보내놓고 도망 갈까봐 센터 밖에서 감시하고 있는 가족들, 아내나 며느리이기보다는 가정부로, 씨받이로, 전처 아이 키워주는 도우미로 생각하는 가족 아닌 가족…. 눈물 겨운 사연이 허다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결혼이민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남편이 정상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낳은 자식을 위해 누구보다 현명하게 살아가려는 새댁이 있고, 자신의 힘든 삶을 알기에 소외된 이웃을 도우려는 결혼이민자도 있다. 물론 이주여성들이 모두 이들과 같은 뜻을 품고 한국행을 택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행복을 위해 이 땅에 온 것이다.

그들에겐 사랑이 필요하다. 정부가 다문화인 지원을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말 그들이 필요한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구호적 시혜보다는 그들이 이 땅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이 아쉬운 때다. 그들에게 그들만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더불어 사는 행복을 알려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옥 이주가족복지회 이사장

■ 2010 다문화가족 수기 공모

관련기사 여성가족부 위탁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이 '2010 다문화가족 수기공모전'을 개최한다. 이번 공모전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용수기 등 자유로운 주제로 참여할 수 있다. 다문화가족뿐 아니라 일반인도 응모할 수 있으며, 내달 17일까지 접수받는다. 자세한 내용은 사업지원단 홈페이지(http://liveinkorea.mogef.go.kr/mfsc.cente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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