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사의 학생 폭력으로 학교 체벌에 관한 논의가 국민의 화두로 떠올랐다. 더구나 서울시교육청이 2학기부터 학교 체벌을 전면 금지하기로 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체벌은 안 된다는 불가론과 생활 지도상 불가피하다는 일부의 현실론으로 일선 학교는 매우 혼란스럽다.
대안 없는 금지는 혼란 불러
체벌은 훈육의 한 방법으로서 사용돼 왔으나 이유 불문하고 학교에서의 체벌은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수단적 장치에 불과하기에 예방과 교정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다수 주요 선진국에서도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초ㆍ중등교육법 제18조 제1항에는 '교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기타의 방법'이 학교에서 교육적 체벌로 간주돼 왔으며, 시행령 제9조에 '학생의 징계'는 학칙에 정하도록 돼 있다. 상당수 학교는 이 규정을 근거로 체벌 방법과 정도 조건 등을 교칙에 명문화해 놓고 있으며 규정이 없는 학교들도 가벼운 체벌은 관행적으로 용인해 오고 있다.
체벌의 부당성이 꾸준히 지적돼왔는데도 제한적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 상호 간의 폭력뿐만 아니라, 교사에 대한 학생의 폭언ㆍ폭력 또는 수업방해 행위 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현장 교사들이 지적하듯 체벌 전면 금지로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학습 환경 유지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소수의 문제 학생 때문에 체벌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대안적 장치 없이 체벌만 금지할 경우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제는 체벌 금지에 관한 선언적 지침이나 법리적 해석에 의존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보다는 교육적 논리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체벌을 정당화할 명분은 너무나 옹색하고 변명에 불과하다. 체벌이 불가피한 교육현장의 현실이 체벌에 의존하는 교육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법령에도 있는 체벌 금지 규정이 일선 학교에서는 예외로 적용되고 있는 듯 체벌 금지의 당연적 논리를 새삼스럽게 여론화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해결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법령과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법률적 적용 밖의 예외적 사항에 대한 대체수단을 고민해야 한다. 학교의 규범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갈등과 혼란을 조성하는 장치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부적격 교원 정화도 병행을
하지만 체벌을 없애는 방법적 접근에는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체벌 전면 금지와 같은 선언적 지침보다는 교사들이 체벌이 아닌 교육적 방식으로 학생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대체 수단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대립적 존재로 보기 보다는 사제 간의 존경과 사랑을 정립할 수 있는 풍토 조성과 함께 교사의 학생 지도관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법령과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부적격 교원에 대한 지속적인 정화 노력과 폭력, 수업방해 등 면학 분위기를 훼손하는 학생에 대해 엄격한 제재 수단이 있어야 한다. 끝으로, 시ㆍ도 및 학교 별로 다양한 체벌 대체 규정을 적용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 법령 개정과 동시에 교육적 효과가 있는 대체수단의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김희규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