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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초대 예술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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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초대 예술감독 인터뷰

입력
2010.08.0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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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은 순수예술이에요. 상업예술과는 반대지만 대중예술과 배치되진 않죠. 대중이 현대무용을 꺼리는 것은 좋은 작품이 드물어서지, 그들이 순수예술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가 아닙니다.”

지난달 28일 선임된 홍승엽(48) 국립현대무용단 초대 예술감독. 3일 오전 서울 중곡동 ‘댄스 시어터 온’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대표로 있던 민간 현대무용단이다. 그는 “할 일이 너무 많아 마음이 복잡하다. 마치 새로운 안무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력은 꽤나 독특하다. 경희대 섬유공학과 재학 시절 무용에 빠졌고, 2년 만인 1984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다. 경희대 대학원 무용과를 졸업한 뒤에는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발레 테크닉도 익혔다. “하루 세 끼를 라면으로만 때운대도 춤을 추고 싶었던” 열혈 춤꾼이었다.

그는 일찍 무용계의 타성을 벗어 던진 안무가이기도 하다. 1993년 댄스 시어터 온을 창단할 때 그는 단원들에게 ‘3무(無)’를 약속했다. 초대권 팔기, 무대복 비용 부담, 연습실 월세 부담 없는 무용단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지금도 많은 무용수들이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다. 2004년 ‘올해의 예술상’ 수상 거부는 그의 반골 기질을 더욱 세상에 알렸다. 공연을 보지도 않고 비디오로만 심사하는 심사위원이 많다는 이유였다.

이런 그가 최초로 생긴 현대무용 국립단체에서 감투를 썼다. 무용계는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분위기다. 초대 예술감독으로 그가 내세우는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젊은 안무가 육성, 지역별 문화 격차 해소, 활발한 해외 진출. 그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생겼지만 상주단원 없이 프로젝트마다 오디션으로 선발한다는 데 실망한 무용인이 많다”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최소 두 달에 한 번씩은 오디션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국립현대무용단은 무용수보다 안무가를 위한 단체다. 작업을 원하는 안무가를 모아 ‘안무가 클럽’(가칭)을 만들고, 워크숍 형태의 습작들 중 좋은 것만을 골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특정인과 특정기간 계약하는 방식이 아니다.

무용수도 철저히 경쟁을 통해 평가할 생각이다. 그는 “탁월한 무용수는 아르바이트를 안해도 생활할 수 있도록 경제적 보장을 해주겠지만, 반면 무대에 서지 못하는 무용수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무용수 선발에는 안무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도 했다. “학연, 지연 등 시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무용은 주관적인 예술”이라는 것. 흔히 국립단체라고 하면 ‘객관성’과 ‘안정성’을 기대하지만 그것들을 거부하는 셈이다.

그는 아시아 중심의 해외 공연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제가 안무한 ‘데자뷔’나 ‘달보는 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뜨거웠어요. 외국에서 인정받은 작품을 국내에 역소개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내년 1월 창단공연을 갖는다. 재단법인으로 재정자립도 평가도 받아야 하지만 그는 “돈을 못 벌어 중간에 나가는 일이 생기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예술인은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언어가 없는 무용을 처음 접하면 어려운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베토벤의 음악을 마디별로 잘라 해석하지 않듯이 무용도 분석하지 말고 즐기십시오. 일반 관객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글ㆍ사진=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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