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권용진(65)씨의 ‘세계속의 경희’가 빛을 본다. 분단국가로서 우리나라와 독일이 공유하는 통일의 의미를 음악으로 되새기는 작품이다. “두 나라의 역사와 현재를 조성과 무조의 혼합으로 그린 대편성 오케스트라(92명) 곡이에요. 약 1년간 다듬은 끝에 지난 7월초 완성, 오케스트라는 8월부터 연습에 들어갔지요.”
쾰른국립음대 유학으로 권씨가 오랫동안 맺어온 독일과의 인연이 낳은 결과다. “1972~78년 유학 당시 독일은 분단 상태였어요. 귀국 후 경희대에서 강의하다 동서독 음악 교류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1981~83년 다시 독일로 가 지휘와 작곡을 공부했지요.” 독일 정부 지원으로 탄생한 이 작품에는 유엔 세계평화의날 제정 30주년과 독일 통일 2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곁들여진다.
권씨는 작품의 상황을 다분히 한국적으로 엮어갔다. ‘목련화’ ‘비목’ 등 한국인과 친숙한 선율이 변주되다 점차 대립의 양상을 띤다. 유학 중이던 1975년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근거로 작곡한 선율과, 이번에 작곡한 ‘평화의 기도’도 그 뒤를 잇는다. 권씨는 “포스트모던적 작곡 방식을 따랐다”고 했다. 작품에서 다른 음악의 편린이 언뜻 비치는 것은 그래서다.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준 스승인 독일 현대 작곡가 위르크 바우어가 분단의 고통을 그린 ‘공동묘지’, 환희에 넘치는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도 발견된다. 연주 시간 16분.
“진정으로 나의 작곡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몇 개로 나눠지는 테마들 간의 대화죠. 전쟁과 평화를 계속 변주하고,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요.” 이 말대로 무조성의 선율이 점차 융합돼 가는 과정은 한편의 교향시를 연상케 한다. 결론 또한 상징적이다. 그는 “F음을 주조로 하는 종결부의 선율은 독일어의 ‘평화(Frieden)’를 뜻한다”고 말했다.
연주회에서는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등도 연주된다. 브뤼노 마르크 마스트가 지휘하는 융에 뮌헨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피아노 김미경. 9월 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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