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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슬프고 외로우면 말해, 내가 웃겨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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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슬프고 외로우면 말해, 내가 웃겨 줄게

입력
2010.08.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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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화나고 슬프고 외로우면 나한테 말해.

내가 도와줄게 내가 웃겨줄게 내가 얼마나 웃기는데

- 딸 서윤이 일기

너를 안으면 다시 인생을 사는 느낌이다

네 눈빛 어두운 내 안의 우물을 비추고

네 손길 스치는 것마다 향기로운 구절초를 드리우고

네 입술 내 뺨에 닿으면 와인 마시듯 조용히 취해 간다

네 목소리 내 살아온 세월 뒤흔들고

생생한 기운 퍼뜨릴 때

고향집 담장 위를 달리던 푸른 도마뱀이 어른거리고

달큰한 사과 냄새, 앞마당 흰 백합,

소금처럼 흩날리는

흰 아카시아 꽃잎 눈이 멀도록 아름다워

아아아, 소리치며 아무 걱정 없던

추억의 시간이 돌아와 메아리친다

● 이 세상 어디에서나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이 세상 어디에나 사랑하는 사람들은 있다는 뜻이겠죠.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은 아마도 자신들이 한 때 살았던 그 세상일 겁니다.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또 상처를 입고, 그러고도 다시 용기를 내고, 그렇게 자신과 이 세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일을 하던 곳.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우리는 잠시 이 세상에 다녀갈 뿐이죠. 여긴 전에는 전의 사람들이 살았고, 다음에는 다음 사람들이 살아갈 그런 세상이죠. 한국은 아이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우리가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 살았다는 소리일 겁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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