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미국의 실업률은 9.5%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지만 10%에 육박하는 실업률은 도통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수백만 명의 실업자들은 새로운 일자리 하나에 다섯 명꼴로 붙어 구직 경쟁을 벌인다. 그나마 실업자들이 휴대폰 요금을 내고, 차에 기름을 넣으며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는 건 실업수당 덕분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마지막 안전판인 실업수당의 손길에서도 벗어난 이들도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이른바 ‘나인티나이너(99er)’의 절망을 통해 미국 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전했다. 나인티나이너는 최장 99주인 실업수당 지원이 끊긴 장기 실업자를 말한다.
알렉산드라 자린(49ㆍ여)은 직장에 다니던 2003년 뒤늦게 대학을 졸업했다. 중산층의 삶을 꿈꾸는 그에게 학업 투자는 보상을 해주는 듯했다. 연봉 5만6,000달러를 받으며 작은 회사의 고객 관리 일을 했고, 경영대학원(MBA)에도 등록했다.
그러다 2008년 3월 직장을 잃었다. MBA를 중도 포기하고 허드렛일부터 사무직까지 모든 일자리에 지원했지만 실패했다. 실업수당은 올해 3월 끊겼다. 이후 몇 달치 집세를 밀려 최근 테네시주의 아파트에서도 쫓겨난 자린은 친구들로부터 얻은 260달러를 들고, 승용차에 실을 수 있는 만큼의 짐만 꾸린 채 길을 나섰다.
“기적이 없다면, 이 차 안에서 지내게 될 것 같아요. 한 번은 핸들을 돌려 차를 박아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지난달 미 의회는 실업수당을 연장지급하는 법을 갱신시켰다. 주별 실업률에 따라 60주에서 99주까지 실업수당(주당 평균 300달러)을 주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 통계에 따르면 99주 이상 실업 상태에 있는 장기 실업자는 140만명이나 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나인티나이너들을 도울 길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재정에 부담이 되고 실업수당이 실업자들의 구직 동기를 꺾는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이다.
지난달 실업수당 연장지급 법안조차도 가까스로 표결을 통과해 갱신된 만큼 현실적으로 99주 이상의 실업수당 지원책은 난망한 상태다.
버몬트주로 차를 몬 자린은 모텔에 짐을 풀고 다시 인터넷을 뒤지며 일자리 찾기에 나섰다. 지원서의 주소 항목에 뭐라고 적을지, 어느 날 휴대폰이 끊겨 연락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하는 고민이 그를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최근 1년 여 만에 처음으로 서류심사가 아닌 면접 연락을 받아 다시 희망을 품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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