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70㎏의 호리호리한 체구에 장난기 가득한 생김새. 광주동성고 김창권(18ㆍ3년)이 외모에 걸맞게 잘 때리고 잘 달렸다.
3일 성남고와의 1회전에 톱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김창권은 그야말로 군계일학이었다. 1회초 벼락같은 우중간 2루타를 뿜더니 3루 도루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다. 당황한 성남고 포수의 악송구로 가볍게 선취 득점.
2번째, 3번째 타석에서 볼넷과 삼진을 기록한 김창권은 2-1로 앞선 7회 선두타자로 나서 3루쪽 기습번트로 1루에 살아나갔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9회 허를 찌르는 번트를 위한 ‘예행연습’으로는 그만이었다.
2-2 동점에서 맞은 9회. 김창권은 1사 1루에서 5번째 타석에 섰다. 7회의 기습번트 기억이 뇌리를 스쳤을까. 김창권은 초구에 별안간 번트 모션을 취했다. 타구의 힘을 절묘하게 죽인 기막힌 번트. 성남고 3루수가 사력을 다해 1루로 던져봤지만 김창권은 이미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에 안착한 뒤였다. 이어 1사 1ㆍ2루에서 폭투와 희생 플라이로 동성고의 승리. 김창권의 번뜩이는 재치가 없었다면 껄끄럽기만 한 연장 승부치기로 들어설 뻔했다.
4타수 3안타 1득점 1도루의 성적을 남긴 김창권은 “3루수 수비 위치가 뒤로 가 있기에 번트를 댔는데 결과적으로 판단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9회 상황을 설명했다. “뛰는 것은 자신 있는데 어깨가 좀 약해 송구를 보완해야 한다”고 자신을 평가한 김창권은 “팀이 꼭 4강에 가면 좋겠고 개인적으로는 타격상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전국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없는 김창권으로서는 프로 지명을 위해 이번 대회 맹활약이 절실하다.
김창권은 “LG 이대형 선배님을 가장 좋아하는데 아무쪼록 LG나 두산에 지명돼 프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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