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제 생애 가장 뜻 깊은 날이었습니다. 히든밸리여자오픈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하지만 하마터면 우승은 고사하고 실격을 당할 뻔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해프닝이 일어난 때는 히든밸리오픈 2라운드인데요. 저는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클럽하우스에 도착해서 퍼팅 연습을 마치고 1번 홀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티 오프 시간을 10분 남겨두고도 이번 대회에서 저와 함께한 하우스 캐디가 보이지 않더군요. 전화로 연락했더니 캐디가 “클럽하우스에 가방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거에요. 부랴부랴 캐디백을 찾기 시작했고요. 결국, 자동차 트렁크 안에서 발견을 했습니다. 정확히 경기 시작 2분 전에 캐디가 1번 홀에 도착해 간신히 티샷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클럽 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자동차 트렁크를 열어줬는데, 캐디백을 내리는 직원이 깜빡 실수를 해서 그냥 트렁크를 닫아버리면서 이런 해프닝이 생겼더군요.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규정에는 선수가 티오프 시간 5분 전에 나타나지 않으면 1벌타를 받게 되고 출발 시간을 넘기면 실격을 당하게 됩니다. 골프를 하면서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캐디백 소동으로 인해 1번홀(파4)부터 정신이 없었습니다. 티샷은 슬라이스, 두번째 샷은 벙커, 세 번째 샷만에 그린에 올려 간신히 파를 잡았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뿐만 아니라 프로선수들도 마음이 급해지면 모든 것을 서두르기 마련입니다. 스윙 템포도 빨라지고 퍼팅도 흔들리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힘들죠.
아마추어 골퍼들도 라운드 1시간 전에 클럽 하우스에 도착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요. 마음의 여유를 갖고 퍼팅 연습도 하고 몸을 충분히 풀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티 오프 시간에 맞춰 오는 골퍼보다는 안정적인 샷을 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 홀까지도 선두 싸움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주변에서 특별히 말해주는 사람도 없어서 상대 선수의 스코어를 예상할 수 없었죠. 마지막 라운드에서 7타를 줄인 것도 18번홀을 마친 뒤에 알았을 정도로 굉장히 집중했던 것 같아요. 제 플레이에만 집중하면서 최대한 타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것이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란 말들을 많이 하죠. 아마추어 골퍼들도 동반 라운드를 하는 동료의 스코어나 플레이에 신경을 쓰지 말고 자신의 샷에 충실해야 합니다. 또 샷을 할 때도, 퍼팅을 할 때도 ‘잘 맞을 것이다. 이번엔 들어갈 것이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을 믿고 플레이를 한다면 70대 타수는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KLPGA 투어 히든밸리오픈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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