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이번 재보선 패배는 사실상 예견됐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은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과 한나라당이 세종시 수정안 추진으로 6월 지방선거에서 쓴 맛을 본 충청권에서 모두 패배하면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선거 결과에 대해 야권에 대한 역견제론 심리가 발동했다는 분석이 많다.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서 야당세 압승을 안겨줬지만 지방권력이 지나치게 '여소야대'로 재편되자 균형을 맞추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응집과 야당 지지층의 이완도 중요한 요인이다. 지방선거 당시 여당이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를 믿고 투표장에서 나서지 않았던 여당 지지층은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결집했다. 반면 지방선거에서 정권을 호되게 심판한 야당 지지층은 이번엔 상대적으로 이완됐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층은 이날 회사에서 근무를 한데다 여름 휴가철마저 겹치면서 결집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40.5%의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보인 서울 은평을의 경우 평일 투표가 쉬운 중·장년층의 투표 행렬이 눈에 많이 띄었다.
여당의 선거전략도 주효했다. 한나라당은 선거 초반부터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달라며 '지역 일꾼론'으로 표심을 호소했다. 야권의 정권 심판론을 차단하기 위해 인물론을 내세운 것인데, 전면에 배치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야권 후보를 압도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의 후보 공천과정이 빠르고 원활했던 점도 승리 요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뒤늦은 공천 등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제대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한 경험을 교훈 삼아 일찌감치 공천을 마무리하고 대열을 정비했다.
반면 민주당은 야권 후보단일화 지연으로 표를 결집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은평을과 충북·충주에서 단일화의 승부수를 띄웠지만 선거가 임박해 이뤄져 그 효과가 표심으로 전환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미 약발이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최근 청와대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로 내세운 친서민 정책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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