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는 ‘사회 안전망’이라기보다 ‘가난의 포획망’이었습니다.”
7월 한 달을 법정 최저생계비로 버틴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체험단은 일정을 마친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실과 동떨어진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체험대표들은 “‘국민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유지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금액’이라는 법적 정의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과 상관없이 배만 채우고 남은 시간은 문화생활 없이 잠만 잘 수밖에 없게 책정된 최저생계비”라고 꼬집었다.
체험단은 서울 성북구 삼선4구역의 장수마을에서 직접 방을 구해 생활한 직접 체험단 11명, 자신의 집에서 체험에 참가한 온라인 체험단 13명, 장수마을에 하루씩 번갈아 머물며 체험한 국회의원 등 사회인사들로 구성된 릴레이 체험단 20명으로 나뉘었다.
이중 직접 체험단 대표로 나선 안성호(대학원생)씨는 최저생계비에서 보장하는 한끼 식사비용 2,100원으로 어떻게 매 끼니를 해결했냐는 질문에 “거의 모든 음식점에 대한 출입금지 명령을 받은 기분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릴레이 체험단으로 행사에 동참했던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하루 6,300원 황제식단’ 논란에 대해서도 “6,300원짜리 식단을 30번 만들어 보았지만, 건강한 식단은 단 한 번도 만들 수 없었다. 운 좋게 값싼 기획상품을 한두 번 이용한 걸 전체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참여연대에 따르면 실제 체험단원들은 체험 후 2~5kg의 체중감소를 보였다.
온라인 체험단 대표 김윤지(대학생)씨는 “애매하게 가난한 것보다 아예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는 게 낫더라는 남들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한 사람이었는데, 그 동안의 잘못된 생각을 반성한다”며 “최저생계비에 맞추기 위해서는 인간관계마저 단절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체험단 대표들은 의료비와 교통비, 통신비의 비현실성을 특히 문제 삼았다. 체험단은 “의료비는 몸이 아프면 다른 가족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고, 교통통신비는 전화 한 통화, 외출 한번을 사치와 낭비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번 체험이 여름에 진행돼 난방비가 제외된 터라 그나마 수월한 체험에 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체험단이 주로 젊은 층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최저생계비 산정 시 4인 가구 기준에 들어있는 두 아이의 교육비(6만1,000원) 부분은 부각되지 않은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행사는 최저생계비 결정을 위한 계측조사가 실시됐던 2004년에 이어 6년 만에 두 번째로 진행됐다. 계측조사는 3년마다 실시되는데, 올해도 해당된다.
참여연대는 이달 말까지 ‘우리는 요구합니다-최저생계비는 올리고, 부양의무자 족쇄는 풀고’라고 적힌 엽서를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들에게 보낼 계획이다. 참여연대 손대규 간사는 “엽서 한 장마다 최저생계비 인상을 요구하는 시민 한 사람의 서명이 적혀 있다”며 “현재 1,500장 가량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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