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에서 친박으로 분류되는 진영 의원은 '워낙 신중해서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란 평을 받는다. 그런 진 의원이 7ㆍ28 재보선 공간에서 이재오 의원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발 벗고 뛰었다. 게다가 '친이' 핵심 이 의원을 '친박' 진 의원이 돕는다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에선 생경한 광경이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사실 이 의원과 진 의원은 꽤 오래 전부터 각별한 사이다. 서로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관계"라고 한다. 둘의 끈끈한 인연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이 의원은 사무총장으로, 진 의원은 원외 기획위원장으로 함께 일하며 가까워졌다. 진 의원은 "이 의원의 인간적인 모습에 반했다"고 회고했다.
17대 국회 들어 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으며 친박계 꼬리표를 달았지만, 이후 당내 경선 등에서 친박계가 민 후보 대신 이 의원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였다. '강재섭 대 이재오'로 맞붙은 2006년 전당대회 때 그랬다. "박 전 대표가 잘 되려면 오히려 이 의원을 포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18대 총선 공천 때는 이 의원이 진 의원을 도왔다. 친박계가 대거 낙천하는 상황에서 '실세'가 된 이 의원이 진 의원 공천에 힘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 의원 부모님이 이 의원 지역구인 은평구에 수십년 거주했고, 부인이 그 지역에서 10여년 간 소아과 병원을 운영한 것도 두 사람 인연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은 앞으로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도 나란히 쓰게 됐다. 이 의원이 새로 입주할 519호는 진 의원(518호)의 바로 옆방이다.
이래저래 진 의원은 이 의원과 친박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게 됐다. 일각에선 "진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이 의원 간 화합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 진 의원은 "정치란 게 원래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아니냐"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이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의 만남과 관련해 "아직은 조심스럽다"면서 "9월 정기국회 때 국회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고 전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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