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뭔지 아세요? 바로 불확실성입니다.”
2일 서울 성수동 뚝섬 현대차 부지와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의 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에 한 대기업 임원이 한 말이다. 그는 “세종시에 투자하려 했던 기업들의 계획이 무산된 데 이어 이젠 서울시와 구체적 협의까지 진행됐던 사업들도 물거품이 될 처지”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믿고 추진하던 사업들이 도루묵이 되고, 정책의 일관성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선뜻 투자 계획을 내 놓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사태는 서울시가 대규모 부지 개발 등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지원에 관한 조례’에 대해 상위법상 근거가 없다는 법제처의 지적에서 비롯됐다. 물론 이 지적에 대해 왈가왈부할 맘은 추호도 없다. 어찌 보면 단 한번의 여론 수렴 과정이나, 제대로 된 법률 검토 없이 일부 대기업에 막대한 시세 차익을 줄 수 있는 도심 금싸라기 땅의 재개발을 허용하려 했던 서울시의 행태에 더 큰 하자가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면서 기업의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보다 일관성을 지켜야 할 정부와 지자체가 오히려 경영 불확실성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에선 기업들만 투자를 안 하고 있다고 계속 나무라는 것은 무리이다.
최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기업 역할론이 불거지고 있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의 문제점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사회적 기여는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돈을 쌓아 놓고 투자를 안 한다고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정책 일관성을 통해 기업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이다. 정부나 지자체 스스로 제 할 일부터 똑바로 하고 기업들을 다그쳐야 효과가 더 크지 않겠는가.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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