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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 지자체 한달 '파열음 릴레이'] <2> 가열되는 교육감과 교과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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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 지자체 한달 '파열음 릴레이'] <2> 가열되는 교육감과 교과부 갈등

입력
2010.08.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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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고사·체벌금지 등 갈등·혼란에 바람잘 날 없었다

진보 교육감의 전면 등장으로 요약되는 교육 자치 시대 첫 1개월의 키워드는 '갈등'과 '혼란'이었다.

6ㆍ2 지방선거를 통해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 경기를 포함한 6곳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것은 교육계에선 일종의 혁명으로 여겨졌다. 관행화 한 교육 비리에 대한 국민 불신과 정부의 일방통행식 교육 정책에 대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결과가 진보 교육감 시대의 개막이었다.

그러나 불과 1개월 사이에 교육 현장은 격변의 연속이었다.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진보 교육감은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일선 학교는 교과부와 교육감의 엇갈린 지침 속에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교원평가제, 체벌 전면 금지, 교장공모제 등에 대해서도 양측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주요 초ㆍ중등 교육 정책이 훼손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교육계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 만들어 내는 불가피한 과도기적 현상"(오성삼 건국대 교수)이라는 시각과 함께 "중앙 정부와의 의도적 갈등을 조장한 진보 교육감의 책임"(이성호 중앙대 교수), "비교육적인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교과부의 책임"(정유성 서강대 교수) 등 엇갈린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일제고사 교과부·교육청 출결 지침 달라 혼선

교과부와 진보 교육감이 처음으로 충돌한 것은 지난달 시행된 학업성취도 평가였다. 선거 과정에서 학업성취도 평가의 축소 및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던 진보 교육감들은 학생들의 응시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며 교과부와 맞섰다. 일단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시험을 치른 뒤 점진적인 개선을 요구하겠다는 김상곤(경기), 장만채(전남) 교육감과 달리 곽노현(서울), 김승환(전북), 민병희(강원) 교육감은 대체 프로그램 참여 학생을 무단 결석 처리 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교과부에 반기를 들었다.

특히 전북의 일부 학교에선 대체 프로그램 참여 학생을 출석으로 인정하라는 도교육청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단 결과(缺課) 처리해 논란이 됐다. 교과부-교육청-학교의 출석 처리 방침이 제각각이어서 애꿎은 학생만 피해를 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을 지원하겠다는 학업성취도 평가의 당초 취지와 달리 미응시 학생에 대한 처리 문제를 놓고 충돌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혼란의 책임은 교과부가 크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학생 선택권을 부여한 일부 진보 교육감의 방침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체벌금지·학생인권조례 "학교현실 무시"vs" 학생인권 중요"

체벌 금지와 학생인권조례는 최근 곽노현 교육감이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이슈가 됐다. 교과부는 체벌 전면 금지는 '교육상 필요한 때에 학생을 징계하거나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한 초중등교육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으나 반대 입장을 표시할 경우 체벌 권장으로 비춰질까 우려해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교과부는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지만 교원단체와 진보교육감의 갈등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권신장조례도 함께 제정해 균형을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체벌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학생인권조례는 찬성 응답이 절반을 넘어섰다. 곽 교육감의 체벌 전면 금지는 대체벌 마련이 우선됐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오성삼 건국대 교수는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실정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할 문제"라며 "해당 교육청의 모든 학교들에 획일적으로 적용시켜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학교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녀야 한다는 주문이다.

교원평가·교장공모제 진보측"수업평가제·개방형공모확대"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도 진보 교육감들은 대표적인 '교사 줄세우기' 정책으로 평가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행 교원평가제는 동료교사에 의한 평가와 학생ㆍ학부모 만족도 조사로 진행된다. 연 1회 평가가 이뤄지고, 우수 평가를 받은 교사에겐 학습연구년제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며 저조한 교원은 직무 연수를 받게 된다. 이에 대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아예 교원평가제를 폐지하고, 수업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장공모제의 경우 교과부는 교장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초빙형을 고수하고 있으나 진보 교육감들은 교사들도 후보가 될 수 있는 내부형과 외부 인사들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개방형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 보수성향 회장 선출 주요정책 '한목소리' 힘들 듯

진보 교육감들이 당선된 뒤 주목을 받았던 기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교육감협의회 회장에 보수 성향의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선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교육계 일각에서 교육감협의회가 정부를 몰아붙이는 역할을 하기란 불가능할거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교육청마다 처한 입장이 다르고 보수ㆍ진보 간 대립 양상 속에 일부 사안을 제외하곤 협의회가 단일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달 20일 충복 단양 대명리조트에서 열린 협의회 회의에서 나 교육감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회장 후보로 추천됐으나, 곽 교육감은 사퇴했다. 후보 논의가 진보 보수간 대결 양상으로 가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 교육감은 학업성취목표 관리제와 기초학력 미달자 제로화, 자율형 사립고 신설, 외국어고 증설 등 학력신장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어 진보교육감들과 뚜렷한 대척점에 서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진보 교육감들이 내세우는 주요 정책들을 교육감 협의회가 공통된 의견으로 만들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교육자치권 강화 등 이해 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에 기능이 치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 '최대화두' 무상급식 난관에

지난 교육감 선거 최대 화두는 무상급식이었다. 보수진영의 반(反)전교조 목소리에 대응하기위해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내놓은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카드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진보교육감 당선에도 기여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막상 임기를 시작한 교육감들이 경험한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었다. 예산이 걸림돌이었다. 예산 마련을 위한 방안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간 마찰이 빚어졌고, 심지어 교육청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면 무상급식 진행이 말그대로 난항인 형국이다.

전국시도 중 가장 먼저 초등 저학년을 상대로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발표한 부산시교육청은 334억원의 소요 예산 중 200억원을 시청과 구청을 통해 지원받는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해당 지자체는 난색이다. 부산시는 "저소득층 자녀 중심의 무상급식 30%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현 시장과 충돌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일부 기초지자체들도"재정 자립도가 낮아 지원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북도교육청도 올해 예산 중 290억원 가량을 절감해 내년도 초ㆍ중생 무상급식 등에 쓰겠다는 계획을 밝표했으나, 이로 인해 독서 교육을 비롯한 각종 교육 사업이 중단될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청 예산의 특성상 인건비 등 경직성 예산이 많아 학생 복지와 직결된 예산이 줄 경우 오히려 학생들한테 피해를 주게된다는 게 초중생 무상급식 반대하는 측의 논리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도 "내년부터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교육청 내부에서 조차 "3,000억원의 필요 예산 중 절반도 마련하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서민들의 세금으로 부잣집 자녀들 점심 값까지 내줘야하느냐"며 전면 무상급식 방안에 반대하고 있어 시가 예산을 보태줄 지도 불투명하다.

교원단체들의 반대도 전면 무상급식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시급한 현안을 제쳐두고 전면 무상급식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범시민 반대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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