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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배려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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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배려의 경제학

입력
2010.08.02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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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말 동창모임에서 술이 거나하게 취한 뒤 미국에서 MBA를 받은 친구와 다른 친구들이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너 하나 잘 살려고 미국 가서 MBA 했냐"라는 게 괜한 시비를 걸었던 주제였다. 그러자 욕설과 함께"돈 벌어 세금 많이 내면 되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만해도 "의식이 없는 친구구먼"이라는 생각을 했다. 민주화운동이 본격화하던 군부정권 시기라는 상황 탓인지,"돈 많이 벌어 혼자만 잘 살려 한다"는 의식에 감정적으로 침을 뱉을 때였다.

이후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우리 대기업들, 특히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들이 경제ㆍ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체험하고 있다. 또 20여년전 "세금 많이 내면 되지"라는 서구식 항변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고속성장의 그늘이 점차 커지고 있다.'빛의 속도'로 달려오다 보니 '1등만 기억하고'나머지는 안중에도 없는 양극화 세상이 된 것이다. 양극화는 돈 많이 벌어 세금만 많이 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으로도 쉽게 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지난달 여름 휴가차 제주에 가서 듣고 본 풍경이다. 대형마트가 곳곳에 들어서고, 유난히 편의점 GS25가 많이 눈에 띄었다. 제주 사람들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와 편의점 때문에 지역 상권이 죽었다고 푸념했다.'뭍사람'들이 들어와서 현지인 몫을 다 빼앗아 간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제주 주민들의 생업을 위협하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6일부터 24일까지 연속 보도한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는 기획을 둘러싸고 최근 들어 정부와 재계가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대기업에 대해 질책한 이후에는 경제부처 수장들까지 '숟가락'을 얹고 있다.

한국일보가 제기한 이슈가 국가차원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부가 대기업을 미워하는 듯한 분위기로 비쳐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양극화 이슈를 제기한 것은 대기업이라는 일방을 질책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할 때가 됐고,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있는 그늘을 하나하나 제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는 취지였다. 양극화된 시장을 정상화하자는 것이고, '판'이 깨지면 누구도 살수 없다는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이라는 책을 보면 양극화에 대한 적정 수준의 해법이 나온다.'더불어 성장하는 따뜻한 시장경제 체제'로서 '정부조율형 상생발전체제'가 결론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3대 부문 18개 제도개선 과제중 '협조적 하도급거래관계 정착'이나'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은 대ㆍ중소기업의 양극화에 대한 훌륭한 해법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취약계층을 위한'3업(業)+ 2조(助) 대책'이다. 생존률 높은 창업,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전업, 사회서비스업 육성을 핵심으로 하는 취업 등'3업(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근로장려세제 등을 통한 소득보전과 긴급구제기금 조성을 통한 생존력 보강 등의 '2조(助)'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을 질책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중소기업을 비롯한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조재우 산업부장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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