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3시50분께 차를 타고 동작대교 남단을 지나던 김모씨는 다리 난간 바깥에 서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여성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순간 투신자살이란 생각에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119구조대가 1시간 여 주변을 수색했지만 이 여성을 끝내 찾지 못했다. 뛰어내린 자리에는 주인 잃은 휴대폰과 손 지갑이 든 가방만 남아 있었다.
관할인 서울용산경찰서가 손지갑 안에 있는 주민증을 확인한 결과 한강으로 투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박모(19)양. 경찰에 따르면 박양은 지난해 경기도 가평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에 올라와 월세 27만원의 고시원에서 혼자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5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두 살 아래 여동생과 함께 조부모 밑에서 자란 박양은 최근까지 이태원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양은 “힘들 텐데 들어와 지내라”는 친척의 권유도 뿌리친 채 월 80만원 수입으로 근근이 버텨왔다. 그러나 어깨를 짓누른 삶의 무게가 버거웠던지 지난달 30일 레스토랑 점주에게 “고시원 비용도 밀리고 해서 너무 힘들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고는 바로 이틀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자주 찾는 가족이나 젊은 연인 단위의 손님들을 보면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지 않았겠느냐”며 “유서는 없지만 박양이 불우한 처지를 비관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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