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욕설과 폭행 등에 시달리다 남편에게 독극물을 먹여 살인미수 혐의로 형사입건까지 됐던 여성의 이혼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79년 남편 A씨와 결혼한 B씨는 2남1녀의 자녀까지 뒀지만 남편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다 못해 결혼 15년쯤부터 각방을 써왔다. 각방을 쓴 지 10년쯤 지난 2005년 술에 취한 남편이 평소처럼 욕설을 퍼부으며 물을 달라고 하자 순간적으로 화가 치민 B씨는 남편에게 농약병을 건넸다. 이 사건으로 B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형사입건 됐지만 남편의 선처호소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독극물 사건 이후 남편은 동네 주민들에게 “농약으로 남편을 죽이려 한 여자”라고 말하고 다니는 등 폭언과 폭행은 더욱 심해졌다. 견디다 못해 이혼을 결심하고 가출까지 했던 B씨는 자녀들의 설득 끝에 ‘부부 등산과 매월 2회 가족외식’등의 내용에 합의하고 귀가했지만 남편은 끝내 관계개선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B씨가 순간적으로나마 남편을 살해하려 한 점 등을 고려해보면 혼인파탄의 귀책사유가 남편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조경란)는 2일 “두 사람은 이혼하고 A씨는 B씨에게 위자료 13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혼인관계가 쌍방의 책임으로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고, 이는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며 “B씨의 행위(독극물 사건)는 남편의 독선적인 태도, 지나친 구속 등으로 유발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남편이 이혼을 거부하면서도 아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관심을 보이지 않은 점을 비춰 볼 때 주된 책임이 아내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