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은 2일 적어도 올해 안에는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KB가 건강해진 뒤” 주주가치와 사업다각화를 위한 인수ㆍ합병(M&A)은 가능하다며 “1년 후 (M&A) 상황은 장담 못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부가 밝힌 ‘하반기 우리금융 입찰’에는 응하지 않겠지만 내년 이후에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어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평소 소신과 향후 경영계획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우리금융 등 M&A 당분간 어렵다”
그는 “(지난 2분기) 적자를 본 KB금융이 다른 회사를 흡수 합병하겠다고 나설 수는 없다”며 “아직 힘이 없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여서 건강해진 이후에 고려 하겠다”고 말했다. 건강해지는 시점으로는 “6개월 안에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그래서 올 10~11월께로 예상되는 우리금융 입찰에도 “지금으로서는 응할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2분기 적자의 원인이) 대손충당금을 1조4,000억원 이상 대거 쌓은 것인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며 “3ㆍ4분기로 가면서 사정이 나아지겠지만 아직 KB가 ‘클린뱅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그는 향후 M&A의 원칙으로 주주가치 극대화와 사업다각화를 들었다. 주주가치는 “현재 주당순자산비율(PBR)이 KB는 1.2배, 우리금융은 1.1배인데 당장 합쳐도 효과가 미미하다”며 “KB의 PBR이 1.4~1.5배는 돼야 할 것”이라고 했고 사업다각화는 “그룹내 국민은행 비중이 90% 이상인 만큼 증권, 보험 분야의 추가적 M&A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증권ㆍ보험도 우선은 자생적 성장을 기본으로 생각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형화ㆍ금산분리 완화는 필요”
어 회장은 사람들이 ‘규모의 경제’와 ‘우리나라에 적절한 은행 규모’를 오해하고 있다며 큰 은행의 필요성을 지지했다.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학자 입장에서 개인 소견을 말하자면 은행 규모가 크다고 이익이나 주가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작다고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중립적이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국내 은행 규모가 크다’는 일부 평가에 대해 “흔히 미국 은행과 비교하는데 스위스의 UBS는 자산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배에 달해 비교대상에 따라 다르다”며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만~4만달러로 가려면 금융 같은 전문서비스 산업이 반드시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산분리(금융과 산업간 소유 분리)는 과거 은행이 기업의 자금조달원 역할을 하던 개발시대의 논리”라며 “신용도 높은 대기업의 조달금리가 은행보다 더 낮아진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KB 주가 너무 높았다”
KB의 현주소에 대한 어 회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KB 주가가 그동안 (현실보다) 너무 높았다고 본다”며 “아마도 리딩뱅크의 프리미엄이 아니었나 싶다”고 고백했다. “지주사를 너무 갑자기 만들다 보니 투자금융(IB)이나 생명보험 등을 너무 비싸게 사들이면서 주주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의문도 든다”고 했다.
어 회장은 “카드사는 7,8개월 후 분사되지만 외형 경쟁보다 리스크 관리에 치중할 것”이라며 “하나카드와 SK텔레콤의 제휴처럼 KB의 주거래기업인 KT와의 전략적 제휴도 추진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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