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조선업계에 급보가 타전됐다. 우리 조선업계가 올 상반기 조선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3대 지표인 수주량, 수주잔량, 건조량에서 모두 중국에 밀리면서 조선업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이 근거들이 모두 단순 수량적 비교만 가능하게 해주는 지표들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질적인 측면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수주 액수를 비교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일 클락슨리서치와 교보증권의 주간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7월29일까지 우리나라 조선소(해외합작사 제외)들은 모두 105척의 수주액수를 공개했는데 총 93억5,200만 달러(10조9,792억원 상당)였다. 1척당 가격은 평균 8,906만 달러(1,045억여원 상당). 같은 기간 중국 조선소들은 64척의 수주 액수를 발표했다. 총 액수는 24억1,400만 달러(2조8,340억원), 1척당 평균 가격은 3,771만달러(442억여원)였다.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의 수주 가격이 1척당 평균 2배 이상 더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준 기간 이후인 8월1일 발표된 대우조선해양의 FPSO 수주 가격(2조1,000억원)을 더하면 우리 조선업계의 1척당 평균 가격은 1,233억원으로 높아져 격차는 3배 가까이 벌어진다. 수주량 등을 비교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다.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은 역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능력의 유무였다. 우리나라는 상반기에 현대중공업이 1기당 10억 달러가 넘는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2기를 수주했고 삼성중공업도 12억 달러 상당의 LNG-FPSO를 수주했다. 대우조선의 초대형 페리선도 수주 가격이 3,100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이 전매특허를 갖고 있다시피 한 드릴십도 1척당 가격이 5억~10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배들은 뛰어난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들이다.
반면, 중국은 올 상반기 수주 물량 중 90% 이상이 중저가의 벌크선이었다. 벌크선은 1억 달러를 넘는 배가 거의 없고 대부분 수천만 달러 수준이다. 가격을 공개한 중국 조선업체들의 올 상반기 수주 선박 중 가장 가격이 높은 것도 9,900만 달러(1,161억원)에 그쳤다.
물론,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중국도 이미 1척당 가격이 2억 달러가 넘는 LNG선을 이란으로부터 수주하는 등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 분야에서도 우리를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광활한 인프라와 정부의 엄청난 지원 등을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세는 위협적"이라며 "하지만 아직은 명백하게 기술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단순히 수량적 수치만으로 중국을 조선업 세계 1위로 인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