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 단계에서 이상 증세가 나타나 중단했던 배아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임상실험 재개를 결정, 조만간 실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질 전망이다.
미 생명공학기업 제론(Geron)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FDA가 자사의 척수손상 치료제 'GRNOPC1'에 대해 임상실험 재개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제론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치료와 관련 처음으로 임상 허가를 받은 기업이다.
임상실험 재개까지는 1년의 시간이 걸렸다. FDA는 지난해 1월 GRNOPC1에 대해 임상실험을 허가했으나, 그 해 8월 실험에 사용된 생쥐에서 낭종이 생기는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FDA는 즉각 임상실험을 중단시키고 1년 가까이 재개 여부를 심사해 왔다.
이에 따라 한 번도 진행된 적이 없는 인간 대상 실험이 가능하게 돼 그 결과에 따라 척수 손상 질환 치료 및 당뇨병,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각종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장이 열릴지 주목된다.
배아줄기세포는 근육, 뼈, 뇌, 피부 등 신체 기관 내 어떤 유형의 세포로도 전환될 수 있는 만능세포다. 때문에 질병이 발생한 조직이나 기관을 재생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세포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론은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신경보조세포인 '희돌기교세포'로 전환시킨 GRNOPC1를 척수 손상 부위에 투여하면 신경세포를 복구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머스 오카마 제론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환자의 척수 손상 부위에 배아줄기세포로 배양한 GRNOPC1을 직접 주사해 기능이 회복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달 내 실험에 참여할 환자를 모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체에 주입된 배아줄기세포가 종양을 형성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임상실험의 안전성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론 측은 그러나 FDA에 제출한 2만8,0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근거로 내세우며 "문제가 없었다"고 실험 성공을 자신했다.
로마교황청은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이미 형성 중인 생명체로부터 얻는 것이라며 이번 FDA 임상 허가를 즉각 비난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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