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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비 2000만원, 돌침대에 시계까지…씀씀이 커지는 '반려동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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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비 2000만원, 돌침대에 시계까지…씀씀이 커지는 '반려동물 사랑'

입력
2010.08.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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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광진구의 한 대학동물병원. 애완견 '쿠키'가 오른쪽 발에 5㎝가량 되는 주삿바늘을 꽂고 링거를 맞고 있었다. 신부전증에 걸린 쿠키를 안은 보호자 A(50)씨는 며칠째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종일 쿠키의 곁을 지켰다. 쿠키의 하루 진료비는 40만원 안팎(수술비 제외). 그러나 A씨는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16년 동안 피붙이만큼 살갑게 정을 쌓아온 둘도 없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용품, 치료, 장례 등의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고가의 액세서리와 보조용품은 필수품이고, 늙은 반려동물의 치료비로 수백만~수천만원을 기꺼이 부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인 최모(30)씨는 10년 반려자인 슈나우저 '동동이'가 지난해 7월 급성질환에 걸리자 동네 동물병원을 거쳐 대학동물병원까지 병원만 4곳을 다녔다. 각종 혈액검사와 약물치료, X-레이 촬영 등으로 진료비만 약 250만~300만원이 들었다. 지금도 2주에 한 번씩 20만원상당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따로 정해진 기준이 없다 보니 동물병원마다 치료비도 천차만별이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예방접종비가 2만~5만원, 혈액검사 등이 7만원,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비용은 약 70만원이다. 백내장이나 심장병 디스크 암 등의 수술비는 상태에 따라 200만~700만원 안팎까지 치솟는다. 인공심장판막수술 등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경우는 2,000만원까지 들어간다. 하지만 애완동물 치료를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은 3~4개에 불과한 데다, 그나마 적용대상 질병과 혜택이 극히 한정돼 있다. 애완견 백내장 수술비로 300여만원을 쓴 주부 김형주(56)씨는 "가족이나 다름없어 치료를 안 해줄 수 없지만 보험처리도 안되고, 진료비 기준도 없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에 2,248개이던 전국 동물병원 수는 2008년 2,970개로 32.1%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95억원에서 3,289억원으로 200% 이상 늘어났다. 업계에선 이처럼 매출액이 급증한 것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는 데다, 고가 치료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장례비용도 만만찮다. 화장 처리하면 15만~50만원 수준, 납골 보관료는 2년에 30만원, 수의와 비석 등을 갖출 경우 최고 300만원까지 든다. 한 장례업체 관계자는 "비용이 적잖이 들지만 최근 몇 년 새 이용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의 애완용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등에선 개 돌침대(30만~40만원), 개 시계(20만원), 애완동물 살균건조기(200만원), 개 유전자카드(10만원) 등이 판매되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반려동물산업 시장을 약 7,000억~1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펫산업협회 사무국 박용희 부장은 "국내 반려동물은 대부분 소형견들로 실내에서 키우다 보니 불필요한 장신구로 동물을 치장하는 경향이 강해 오히려 선진국보다 용품시장 규모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사랑은 오히려 반려동물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 정순욱 건국대 수의과대학 학과장은 "15세 이상 되는 늙은 개는 치료가 힘들어 안락사를 시키는 게 보통인데, 최근엔 고가의 수술비를 감수하는 보호자가 늘고 있다"며 "무리하게 생명을 연장시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도 고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한국동물복지협회 전경옥 전략기획국장은 "예쁘다고 강아지를 품에 끼고 다니거나 매일 목욕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개의 습성과 맞지 않아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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