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개관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은 1만 7,000여점의 아시아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아시아 전문 미술관이다. 1989년 미국 미술관 중 최초로 한국 학예연구실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이 미술관의 제이 슈(47) 관장이 최근 한국 미술관ㆍ박물관과의 교류 및 자료 조사를 위해 내한했다.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슈 관장은 "최근 10년간 한국미술 컬렉션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한국관 확장은 물론, 다양한 특별전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국미술을 더 많이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 한국관의 확장 재개관을 주도했던 큐레이터 김현정(41)씨가 올해 7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한국관 큐레이터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중국, 일본관을 비롯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서아시아관 등으로 이뤄진 이 미술관은 고려청자와 통일신라 토기, 조선 회화 등 800여점의 한국미술품을 갖고 있다. 중국관 6,000점이나 일본관 5,000점에 비하면 크게 적은 숫자다. 슈 관장은 "국제적으로 중국이나 일본미술에 비해 한국미술 전문가가 부족하다"면서 "한국미술을 알리는 데는 인재 양성이 가장 좋은 방법인 만큼 대학이나 기관에서 한국미술을 더 많이 가르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기업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중국 고대 청동기 전문가인 그는 한국미술 중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겸재 정선의 그림이라고 답했다. "예술적으로 훌륭할 뿐 아니라 학문적 깊이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미술의 정수라고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현대미술 작가로는 설치작가 서도호씨와 미디어작가 김수자씨를 꼽았다. 슈 관장은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작업을 미술관의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모차르트의 음악이 당대 가장 현대적 음악이었듯 모든 예술가는 현대 작가이며,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 대해 "관람객들이 아시아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홀로 고립된 채 발전한 문화는 없습니다. 아시아 문화 사이의 상호연관성뿐 아니라 아시아 문화가 서구 문명에 끼친 영향을 보여줌으로써 아시아가 모든 사람의 삶에 들어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은 2003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기념으로 고려왕조전과 한국현대미술전을 동시에 개최했다. 슈 관장은 "이전 10주년인 2013년 다시 한국미술을 테마로 한 대규모 특별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글ㆍ사진 김지원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