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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D-100/ 인터뷰 - 이창용 G20회의 준비委 기획조정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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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D-100/ 인터뷰 - 이창용 G20회의 준비委 기획조정단장

입력
2010.08.0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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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얘기는 일반인들로선 참 따분하다. 들어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고, 왜 중요한지도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이런 어려운 얘기를 이런저런 비유를 들어가며 귀에 쏙쏙 들어오게 풀어낸다. 학자에서 관료로 성공적 변신을 했다는 평을 받는 이창용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천상 명교수다 싶다.

그의 역할은 G20에서 다루는 주요 아젠다들을 각국 정상을 대리해서 조율하고 합의하는 셰르파다.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패는 그의 손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G20 서울 정상회의 D-100일(8월3일)을 앞두고 지난 달 28일 서울 삼청동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 준비상황을 들어봤다. 이 단장은 “G20이 선진국 중심의 G7이나 G8보다 유용한 체제라는 걸 입증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갖고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_ 일반인을 위해 G20 정상회의가 왜 중요한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월드컵이나 올림픽 뒤에 체육계 위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지요. G20 정상회의는 정책 대결을 위한 국제 경기에 공무원과 지식계층이 대표선수로 출전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우리가 의장국이니까 모든 정보가 집중이 되는데요. 월드컵으로 따지자면 결승전까지 부전승으로 올라가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죠. 수 십 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가 단 1년 만에 이뤄지는 건데요. 우리나라의 위상과 지식계층의 경험이 서너 단계 확 올라갈 겁니다.”

_셰르파라고 하면 오은선 대장 히말라야 등정 시 길을 안내하던 이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G20 정상회의에서 셰르파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G20 회의는 실무그룹인 재무장ㆍ차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정책 초안을 만들면 정상회의에서 최종 타협하는 ‘투 트랙’ 구조입니다. 정상들이 매번 회의에 참석해서 협의를 하긴 어렵겠죠. 그래서 셰르파, 즉 의장국이 정상들을 대신해서 의제 조율을 하고 정치적 타결을 이루는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겁니다.”

_G20 서울 정상회의가 이제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가 호텔 등 시설이나 행사 준비 면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요. 가장 어려운 건 역시 경험 부족입니다. 의제를 다루다 보면 ‘그건 10년 전에 이탈리아에서 다뤘던 거다’, ‘그건 5년 전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이슈가 됐던 거다’ 등의 지적을 당할 때가 있는데요. 그만큼 과거에 축적된 지식이 부족하다는 거죠.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나라가 의장국이니까 짧은 기간에 만회할 수 있을 겁니다.”

_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이것만큼은 꼭 결실을 맺고 싶다는 것이 있으신지요.

“국가별 정책공조, 국제기구 개혁, 금융규제 개혁 같은 기존 의제들도 있고,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나 개발 이슈 같이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제기한 의제들도 있는데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특히 나라마다 생각이 다른 상황에서 의장국인 우리는 균형을 지켜야 되는데요. 우리가 특정 지역과 특정 국가의 이익만 챙긴다면 비판을 받지 않겠습니까. 모든 의제가 100점은 아니라도 조금씩이라도 균형 있게 성과를 거두는 게 목표죠. 눈 앞의 국익만 챙기기보다 의장국으로서 탁월한 조율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_은행세 문제는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국가별로 개별 추진키로 하면서 힘이 약해지는 모습인데요. 특히 국내에서도 은행세 도입이 무산되는 분위기 아닌가요.

“우리나라는 이미 은행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봐야 됩니다.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서 특별기여금을 부과하고 있죠.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들 추진 상황을 지켜봐 가면서 기존 은행세로 충분한지, 확대가 필요한지 우리 입장을 정하면 될 겁니다.”

_우리 정부가 적극 주창해 온 사안이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인데요. 각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를 통해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당초 구상과 달리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출제도에 기대는 쪽으로 후퇴하는 분위기입니다.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이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유턴을 할 때 자동차는 빨리 할 수 있지만, 큰 배는 선수를 조금씩 돌려야 한다. 세계 경제는 자동차가 아니라 큰 배다’는 건데요. IMF가 사후적으로 문제가 생긴 국가에만 대출을 해주던 것에서 벗어나 사전적으로 대출해주는 기능을 만든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일을 한 겁니다. 잘 모르는 분들은 IMF 대출제도 개선에 우리 정부가 숟가락만 얹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데요. 지난 6개월간 우리 정부와 IMF가 함께 공들여 만든 거라는 점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_G20 체제가 아무래도 위기 한 복판에 있을 때보다는 결속력이 느슨해졌는데요. G20 체제의 영속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우리가 의장국으로서 얼마나 좋은 성과를 보여주느냐가 매우 중요한 겁니다. 부자 자제들만 다니는 학교에 지방 학생을 입학시켰는데 생각보다 공부를 잘 한다 싶으면 추가 개방이 이뤄지겠지만, 역시나 공부를 못하면 다시 문턱을 높이지 않겠습니까. G20이 G7이나 G8보다 유용한 체제라는 걸 보여줘야 될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있다고 봅니다.”

_학자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또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정상회의 이후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살면서 계획한 대로 되지는 않더군요. G20 정상회의부터 성공적으로 끝내고 생각해 봐야죠. 일단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사진=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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