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들이 대거 포진한 민선교육감 시대 출범에 즈음해 우리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표명한 바 있다. 수십 년간 온존돼온 교육계의 비합리적 구조와 타성이 바뀌기를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론 지나치게 성급한 정책으로 교육현장에서 당장 혼란이 빚어질 것을 경계했다. 모든 정책적 판단은 정파와 이념을 떠나 오직 교육수요자 입장에서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민선교육감 취임 한달 동안 학업성취도평가, 교원평가, 학생인권조례, 학생체벌, 교원징계, 교장공모제 등 온갖 갈등이 폭발했다. 일찍이 교육현장에서 이토록 짧은 기간에 전방위로 문제가 분출한 것은 처음이다. 교육계가 갑자기 이념진영 충돌의 전선으로 변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아직도 관선 시대의 인식에 사로잡힌 교육부의 책임이 크지만, 기존 정책의 공과를 따져 찬찬히 개선을 모색하기보다는 무조건 배척하고 뒤집으려는 진보교육감들의 조급함과 과욕 탓도 적지 않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행보는 그 중에서도 유난하다. 그는 도내 두 곳의 자율고 지정을 전격 취소하겠다고 밝혀 또다시 파문을 일으켰다. 몇 년 전부터 준비해 당장 가을부터 신입생을 뽑으려던 학교와, 진학을 준비한 학생들로서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자율고 지정을 교육부와 협의토록 하고 5년 후 재심사를 거치도록 한 법령 취지와도 명백히 어긋난다. 취임 때 공언한 협력과 소통, 존중의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자신의 교육철학을 일방적으로 구현, 이식하려는 독선만 두드러진다.
두 학교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교육청 공식발표에서 밝혀지겠지만, 지금으로선 자율고와 같은 수월성 교육방식이 그의 교육철학과 배치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철학은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자신이 마치 교육 정의를 독점한 것처럼 여긴다면 중대한 착각이다. 견해의 다양성과 현실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설득과 조화를 통해 자신의 교육철학을 점진적으로 실현하는 행정능력부터 갖추기 바란다. 이렇게 매번 소리부터 커서는 정작 실질적인 교육현실 개선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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