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래에셋과 함께하는 투자 아카데미] 노후대비, 절약에서 전략으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래에셋과 함께하는 투자 아카데미] 노후대비, 절약에서 전략으로

입력
2010.08.01 12:03
0 0

2000년 이전까지 한국에서 목돈을 만들려면 은행에 적금을 든 다음 허리띠를 졸라매면 그만이었다. 은행 예금 금리가 연 10% 이상이었으므로 다른 투자대안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2001년부터 한자릿수로 돌아선 은행 예금 금리는 이제 연 3~4%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 예금만 고집해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저금리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 그 동안의 경제성장으로 자본이 축적되고 가계 금융자산이 최근 10년간 1,000조원 가까이 증가하는 등 사회에 잉여자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돈이 넘치는 상황에서 돈의 가격, 즉 금리는 좀처럼 올라가기 어렵다. 바꿔 말하면 이제 적당히 아껴 사는 것 만으로는 노후자금을 설계하기가 힘들다. 단순한 절약의 시대는 가고 전략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단순 재테크를 넘어서라

저축을 넘어 전략을 생각해보라고 하면 흔히 '재테크'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재테크가 '투자'의 의미를 일부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후자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단순 재테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재테크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테크는 특별하게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매 순간 가장 좋은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단기간 고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는 장기 투자에서 필수적인 분산투자를 행하지 못한다.

또한 '노후준비'나 '자녀 학자금 마련' 같은 뚜렷한 목표가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투자 계획 없이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한 마디로 재테크에만 매달리면 나무(투자 상품)만 보고 숲(투자 목표)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명확한 목표를 세워라

체계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재무설계'이다. '재무설계'는 수입과 지출, 자산과 부채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서 개인이 원하는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개인의 전 생애에 걸쳐 일어나는 다양한 재무관심사(재무목표)를 미리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 자금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재무설계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인생 전체에 걸쳐 이루어진다.

재무설계의 순서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은 3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노후 준비와 같은 자신의 재무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산규모를 산출한다. 그 다음으로 자신의 현재 자산과 부채, 수입과 지출 등을 파악해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금액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이 원하는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자산구성을 변경하거나 투자상품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다. 재무설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계획을 실천해나가는 것이다. 1~2년 내에 예상했던 투자수익률이 나지 않는다고 하여 투자계획을 허물어버리면 일반 재테크와 별 차이가 없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라

일반 직장인이 스스로 재무설계를 하기란 쉽지 않다. 투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재무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는 믿을 만한 재무설계사를 만나서 상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국은 아직 재무설계사와 상담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다. 누가 믿을만한 재무설계사인지 알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재무설계사를 찾는 것은 좋은 의사를 찾는 과정과 같다. 몸이 아플 때 어떤 의사를 선택하는가. 크고 유명한 병원의 의사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추천에 의해 의사를 결정할 수도 있다. 재무설계사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큰 금융기관의 재무설계사를 만날 수도 있고 주위 사람들의 추천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너무 늦어서 병이 커지기 전에 찾아가는 것이다.

부채관리를 시작하라

현대인에게 빚을 얻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큰 돈이 필요한데 모아 놓은 돈으로 부족하다면 빌려서 충당하고 나중에 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기 재무설계에 따라 돈을 모으더라도 목표했던 금액보다 돈이 덜 모아졌다든지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지출이 발생한다든지 하여 돈을 빌려야 할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부채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부채에 쫓겨 살다 보면 노후준비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는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인 것이다.

부채관리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빚을 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음의 상황을 주의해야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맞벌이를 하는 김씨 부부. 남편은 대기업 과장, 부인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당장 생활 걱정은 덜한 편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상황은 고민이다.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 김씨 부부는 4% 이자의 은행 정기적금에 가입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쁘면서도 걱정되는 일이 생겼다. 아내가 임신한 것이다. 아이가 생기는 것은 좋지만 아내는 임신과 육아 때문에 상당기간 휴직을 할 수밖에 없다. 가정의 소득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고민 끝에 둘은 모자란 생활비를 마이너스 통장 대출로 충당하기로 했다. 다행히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고 있으므로 신용만으로도 꽤 큰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금리도 저렴하게 6%로 해줬다. 아내가 직장에 복귀할 때까지만 기다리면 되니까 큰 부담은 아니라고 위안해 본다.

위의 이야기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이 느껴지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부채관리에 소질이 있는 것이다. 김씨 부부가 가입한 정기적금 이자는 4%인 반면, 마이너스 통장에서 나가는 비용은 연간 6%나 된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1년에 2%포인트의 금리를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할 것이 아니라 정기적금을 해지해야 한다. 물론 적금을 해지하면 이자에서 다소 불이익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손해는 없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김씨 부부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돈에 각각의 의미를 따로 부여하기 때문이다.

같은 1,000만원이라도 '전세금 마련을 위한 돈'과 '생활비를 위한 돈'에 다른 의미를 둔다. 김씨 부부는 정기적금이 전세금 마련을 위해서 할당된 돈이기 때문에 찾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해지하면 그와 동시에 전세금 마련도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는 말이 안 된다. 나중에 전세금이 오를지 내릴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더구나 오른다고 해도 그 때가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최악의 경우 2년 뒤 빚을 얻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적금을 유지했다고 해도 생활비 때문에 비슷한 크기의 부채가 남아있을 것 아닌가? 괜히 미리 빚을 얻어서 이자를 낼 필요는 없다.

투자부채, 조달 비용을 고려해라

투자수익률보다 대출이자율이 커지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대출이자율 자체에 대해서 무관심해서일 수도 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주식의 미수거래다. 미수거래란 자기가 보유한 현금 보다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다. 일종의 외상 거래방식인데 매수자는 3일 이내에 부족한 금액을 갚지 않으면 반대매매를 통해 주식을 팔게 된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더 큰 이익을 보거나 지금까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미수거래를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매수자는 외상매매에 따른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 이자가 평균 연 19% 정도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 만약 일년 내내 미수로 주식을 구입하는 일을 반복하는 투자자라면 주식투자로 매년 19% 이상 수익을 내야 본전을 하는 셈이다. 한두 번 투자가 성공할 수도 있지만 매번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수투자는 그저 주가가 오르리라는 생각만 하고 빌려온 돈에 대한 이자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지 않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 거래의 속성상 대출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도 조달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집값 오르는 것만 보고 대출이자를 고려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투자라 할 수 없다.

은퇴를 준비하는 과정은 마라톤 선수의 경기와도 같다. '속도 조절'이 중요한 것이다. 저금리라는 언덕을 지나면서 안일하게 대응하면 충분한 금액을 준비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무리한 투자로 지나치게 달려나가면 소중한 노후자금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항상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꾸준하게 달려야만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윤치선 수석연구원

■ 노후자금 마련이 전부 아니다

적절한 노후자금 규모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LG경제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노후자금은 4억~5억원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한 보험사는 적정 노후자금으로 10억~20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걸까. 사실 어떤 쪽이 정답이라고 확정 짓기는 어렵다. 필수 생활비와 취미ㆍ여가 생활비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수 생활비는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의 생활비이고, 취미ㆍ여가 생활비는 여행을 가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등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기 위한 자금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후자금을 10억원 이상으로 계산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 취미ㆍ여가 생활비가 넉넉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보면 된다.

노후자금이야 많을수록 좋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노후에 어떤 형태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이다. 거의 모든 노후자금 추정은 60세 이후에는 소득이 없이 소비만 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이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일을 하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므로 60세부터 소비만 한다는 것은 인생을 너무 무료하게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퇴직 이후에도 일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자기개발 등을 통해서 준비를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창업이든 NPO(풀어읽는 키워드 참조) 활동이든 퇴직 이후에 찾으려고 하면 너무 늦는다. 미리부터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인생 후반전을 준비해둔 사람들 만이 그런 기회를 가질 수가 있다.

■ 풀어읽는 키워드

● NPO(Non-Profit Organization)

민간 비영리 조직. 흔히 각종 사회활동 단체를 뜻한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할 경우에는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은 100% 무보수 활동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 NPO활동에서는 약간의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NPO는 원래 미국에서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분야나 민간기업이 채산성 문제로 손을 대지 못한 분야를 무대로 해서 시작됐다. 민간기업으로부터 경영기법을 도입해 단순한 자원봉사 영역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수입을 올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단계로 변모해 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