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민주당은 적막했다. 정세균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주요 지도부는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고 대변인 논평 하나 없었다. 그러나 침체된 당의 겉모습과 달리 주요 당권주자들은 9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했던 정세균 대표는 이틀째 잠행을 거듭했다. 재보선 참패 책임론을 뒤집어 쓴 만큼 어떻게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전당대회에 모양 좋게 재도전하느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한 측근 의원은 “손학규도 정동영도 다 실패 경험이 있지만 그렇다고 전대에 출마하면 안 되는 것이냐”며 “도전은 자유이고, 책임을 지는 것과 도전은 다르다”고 밝혔다. 정 대표 측은 여의도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전대를 준비하는 한편 일반 국민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인 정세균 브랜드’ 제고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정동영 의원은 당 외곽으로 돌고 있다. 재보선 직후인 지난달 30일에는 낙동강 4대강 사업 함안보 점거 농성 현장도 찾았다. 한 측근은 “민주당의 근본적 변화 방향성을 두고 고민하면서 ‘담대한 진보’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또 29일엔 부산을 찾고, 31일엔 충북권 지지자들과 함께 속리산을 오르는 등 조직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손학규 전 대표는 재보선 직후 춘천 칩거지로 돌아간 뒤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일반 당원이나 국민 상대의 지지도 조사에선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당내 조직 기반에서는 취약한 편이다. 측근들은 “8월 중순 전대 출마 선언에 대비해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정작 본인은 당내 문제에는 말을 아낀 채 큰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당권에 도전하는 천정배 의원은 이날 한강 이포보 4대강 공사 현장을 찾는 등 개혁 색채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고, 박주선 의원은 구민주계 호남 정서를 대변하며 당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근태 고문의 경우 당 대표, 최고위원 선거가 통합돼 순수 집단지도체제로 간다면 30곳 가까운 지역위원장 지지를 바탕으로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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