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의 손을 맞잡고 풍선을 안 떨어뜨리려 기를 쓴다. 여기저기서 비명에 가까운 웃음소리가 들리는데 서로에게 직접 말을 걸지는 않는다. 옆에서는 가위바위보 놀이가 한창이다. 진 친구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며 웃음보가 터졌다. 자세히 들어보니 "스토우젠즈부(石頭翦子布ㆍ가위바위보의 중국식 표현)"란다. 진 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소리를 질렀다. "한국어로는 가위바위보라니까, 가위바위보."
중국의 어린 학생들이 한국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30일 오후 중국 선양시 지역 3개 초ㆍ중학교 209명의 학생이 고려대를 찾았다. 한국관광공사가 마련한 5일 일정의 방한수학여행단이다. 예전엔 주로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이번에는 한국으로 방향을 선회해 고려대 등을 방문한 것이다.
특히 이날은 한국 학생들이 동참한 한국과 중국의 예술 문화 교류의 시간이 포함돼 학생들의 호응이 높았다. 문화 교류는 양국의 노래와 춤 등 다양한 전통을 뽐내는 일종의 장기자랑으로 꾸며졌다.
중국 학생들은 다섯 가지의 노래와 악기를 연주했다. 한 학생은 중국 무협극인 '사조영웅전(射調英雄傳)'의 주제가를 피리연주로 선보였다. 이에 화답하듯 한국 학생들은 가야금과 단소 등을 연주하며 한국의 전통을 전했다. 이어진 소녀시대의 노래 'Gee'에 맞춘 걸그룹 댄스에서는 한국 최신가요에 익숙한 듯 중국 학생들도 함께 몸을 흔들며 흥얼거렸다.
공연을 마친 한중 학생들은 친구 사귀기에 열중했다. 통하지 않는 말 대신 이메일 주소가 상대의 공책에 빼곡하게 적혔다. 공통(鞏桐)군은 "한국 친구들과 놀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다른 나라로 가는 수학여행보다 더 즐겁네요"라고 싱글벙글 웃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올해 중국 청소년단체의 방한수학여행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어 틈새시장으로서 방한수학여행의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수학여행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 학생들은 1만1,000명으로 과거 최고치인 2008년의 8,800여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6%의 성장세를 보였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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