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서도 외교관 추방당했다

지난달 리비아 정부가 북한 관련 정보 수집 혐의로 한국 외교관을 추방한 사건에 앞서 지난 1994년에도 스위스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가족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던 한국 외교관을 추방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30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94년 당시 주스위스 한국 대사관에 파견된 정보 담당 외교관이 현지를 방문한 김 위원장의 부인인 고영희와 두 아들 김정은ㆍ정철의 동향을 살피다가 스위스 보안당국에 적발됐다.

스위스 당국은 이 요원을 '비우호적 인물'로 규정해 우리측에 통보한 뒤 즉각 추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요원은 고영희가 평양에서부터 데려 온 정은과 함께 당시 스위스에서 유학 중이던 정철을 만나는 장면을 망원렌즈 카메라를 이용해 몰래 촬영하다 스위스 보안 당국에 발각됐다.

이 시점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미간 회담을 거쳐 제네바 합의가 이뤄지던 때로 당시 북한 고위급 관리들이 자주 스위스를 방문했다. 당시 북측은 스위스 측에 한국 외교관의 정보 활동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철은 14세, 정은은 11세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철은 1993~98년 6년간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정은은 1998~2000년 3년간 스위스 베른에 있는 공립학교에서 동생 여정과 함께 유학생활을 했다. 고영희는 2004년 8월 사망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