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신임 주요 당직자들이 30일 청와대에서 가진 만찬 모임에서는 ‘국민에 대한 끝없는 겸손’이 화두였다.
이 대통령은 만찬에서 “한나라당이 7∙28 재보선에서 낮은 자세로 임해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느냐”며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민심이 무섭다”면서 “서울 은평을과 충북 충주에서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해서 으쓱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친서민 정책과 관련 “한나라당도 최선을 다해서 잘 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그리고 큰 기업, 작은 기업 할 것 없이 같이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방안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과 규제만으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소금융, 중소기업 인력난 등을 설명하면서 “이런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정청 관계에 대해 “8월25이면 임기 절반이 되는데 앞으로 새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당정청이 새 진용을 갖췄으니 앞으로 당청정 간에 충분한 얘기를 듣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스스로 깨닫고 임할 때 국민들이 이해한다”며 “당이 단결하고 화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만찬은 재보선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분위기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안대표에게 “수고 많이 했다”고 말하는 등 당직자들에게 덕담을 잇따라 건넸다.
이 대통령은 “선거 운동을 할 때 큰절하는 것은 많이 봐왔는데 선거 끝나고 (안 대표가 당사에서) 큰절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당이 국민을 향해 겸손해 하고, 섬기는 자세를 보이니까 좋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당청이 자주 만나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기를 요망한다”면서 “정치인들이 많이 입각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안 대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이 국회 출신이어서 당의 입장에서는 편하다”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권재창출을 위해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돼야 한다”며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회동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민을 바라보면서 겸허한 자세로 노력하면 좋은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원희룡 사무총장의 4대강 사업 현장 방문도 화제였다. 안 대표는 “원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것이 국민들에게 당이 새롭게 비치는 계기가 됐다”며 현장에 가서 비판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도 “잘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또 일부 참석자는 서청원 전 의원의 사면 필요성을 거론하자 이 대통령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만찬은 한식 메뉴에 막걸리와 소주가 곁들여졌으나 술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고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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