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전통을 우리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고 계승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국립극장의 ‘제 4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은 전통과 현재의 변증법적 긴장에 주목한다. 9월과 10월 꼬박 펼쳐질 34편의 무대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대를 이어 재해석돼 오고 있는 명작들의 재탄생을 지켜볼 기회를 제공한다.
국립극장 전속 단체의 작품, 해외 초청작, 국내 우수 초청작 등 모두 34편의 작품이 해오름극장 등 4곳의 무대를 달구는 행사다. 그 초점은 ‘세계적 명작과의 대화, 고전 다시 읽기’로 집약된다.
본인이 직접 선발한 국내 배우들을 통해 연극 ‘바다의 여인’을 서울에서 올려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현대 연극의 거장 로버트 윌슨은 이번에는 연출은 물론 연기까지 아우른다. 사무엘 베케트의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에서 그는 조명과 음악까지 직접 맡는다. 진정한 의미에서 1인극의 정수를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9월 24~25일).
국내 첫 소개되는 헝가리 빅신하즈 국립극장의 ‘오델로’ 역시 그에 못지 않는 기대작이다. 흑인 장군 오델로가 젊은 백인으로 변신하고, 가변 무대에 다양한 조명과 단순한 음악이 쓰이는 이 무대는 저간의 셰익스피어 극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긴박함과 역동성으로 현대 연극의 흐름을 웅변한다(9월 17일~19일). 셰익스피어 새로 읽기는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의 현대 발레 ‘한여름밤의 꿈’에서 무용수들의 잘 다듬어진 육체와 노출 등으로 색다른 경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10월 8일~9일).
텍스트 다시 읽기는 국내 참가작에서도 뚜렷한 흐름세로 드러난다. 극단 애플씨어터의 ‘숲 귀신’이 잘 공연되지 않는 체홉의 작품을 텍스트로 해 사실주의 무대의 미덕을 보여준다면(9월 8일~12일), 국악그룹 옌의 ‘아트 앤 더 시티’는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다양한 음악 형식으로 풀어 보인다(9월 1일). 극단 Art-3는 ‘하녀들’로 프랑스 부조리 작가 장 주네가 쓴 동명의 희곡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내면으로 더 파고 들어간다(9월 28일~10월 7일).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이윤택씨의 1993년작 ‘바보 각시’를 2010년의 이야기로 변형, ‘살보시 설화’에서 뻗어 나온 서사의 매력을 입증한다.
이 밖에 노, 분라쿠, 가부키와 함께 일본 전통 공연 예술을 대표하는 교겐이 일본 교겐극장의 ‘트래디셔널 교겐’으로 재생돼, 일본 무대 미학의 원류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9월 3일~4일). (02)2280-4114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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