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창작뮤지컬 두 편이 잇달아 개막했다. 연극열전의 ‘트라이앵글’과 신시컴퍼니의 ‘베로나의 두 신사’다. 일본 뮤지컬이 국내 거의 소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두 작품이 주는 인상은 일본 특유의 유머가 산재한, 유쾌한 대중극 정도다. 스토리와 음악보다 인물 자체에 더 눈길이 가는 것도 특징이다.
2009년 일본 초연한 ‘트라이앵글’은 1974년 만들어진 뒤 14년 동안 롱런한 뮤지컬 ‘쇼걸’을 각색한 작품으로, 스토리는 지극히 평범하다. 5년째 등단만 준비하는 도연과 가수지망생 경민, 경민을 지겹도록 따라다니는 여자 영이는 우연히 한 집에 살게 된다. 앞길이 막막한 세 청춘. 결말에서 도연은 유명 소설가인 아버지 그늘을 벗어나 소설가가 되고, 창작 열의를 불태우던 경민은 떠오르는 록스타가 된다. 열등감 때문에 폭식증으로 고생하던 영이 또한 둘의 매니저로 변신, 행복을 되찾는다. 이처럼 각자 상처를 지닌 이들이 그것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에 한 발 다가선다는 전개는 진부하기 짝이 없다. 더낵, 비글스 같은 팝가수와 신성우 등 국내 가수의 노래를 버무린 음악은 아주 익숙하지도 않고 신선함도 없다.
하지만 배우들의 선명한 연기 덕에 작품은 가뿐히 격상됐다. 안유진은 예쁜 여주인공이 아닌 가공할만한 식탐을 자랑하는 엽기녀로, 최재웅은 ‘루저’ ‘찌질이’에 가까운 밑바닥 연기를 서슴지 않는다. 김승대의 눈 웃음은 뭇 여성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일본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꽃미남, 엽기 코드는 한국 배우들에게 아주 잘 맞는 옷은 아니지만 기존 우리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설정이다.
음악극을 표방하는 ‘베로나의 두 신사’ 역시 배우의 기량에 백분 기대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각색했지만 황당한 유머의 연속으로 정극과는 거리가 멀다. 영국 연출가 글렌 웰포드는 한국 배우가 일본 배우보다 노래실력이 뛰어나다고 판단, 우리나라로 옮겨오면서 다섯 곡을 추가했다.
우리보다 긴 역사를 자랑하지만 자국에서도 라이선스뮤지컬에 압도당하는 일본창작뮤지컬의 한국 진출은 오히려 우리 뮤지컬에 대한 신뢰만 높여준 느낌이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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