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 글ㆍ엘레나 오드리오솔라 그림ㆍ남진희 옮김
살림어린이 발행ㆍ24쪽ㆍ1만원
영화 ‘일 포스티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칠레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 그의 1957년 작품 ‘별을 위한 송가’가 그림책으로 태어났다. 국내 흔치 않은 남미 그림책인데다, 이 시는 우리나라에 처음 번역되는 것이다.
첫 장을 열면, 고층 빌딩 위에 선 한 남자가 밤하늘을 차갑게 수놓은 별을 향해 양팔을 뻗고 있다. 그는 별을 훔쳐 방안에 숨긴다. 간절히 바라던 것을 손에 넣고도 그는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별이 내뿜는 맑고 찬란한 빛 때문에 그는 “셈하는 법을 잊어버리고/밥을 먹는 일도 잊어버린다”. 결국 그는 하늘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별을 물 속에 놓아주고, 얼음처럼 차가워진 별은 물을 시린 빛으로 물들이고는 이내 사라진다. 그는 “아무 말도/할 수가 없었어요”라고 고백한다.
책은 ‘진정한 사랑은 가지는 것이 아니라 놓아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다소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중남미 문학 박사인 역자는 “새를 새장 안에 가두는 순간 노래는 울음으로 변한다. 그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설명한다. 강렬한 색채를 자랑하는 대개의 남미 그림과는 다르게 차분하고 부드러운 터치가 서정성을 더한다. 시는 어린이가 읽기 어렵지 않게 풀었으며,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어른이 봐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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