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한국전력의 적자 누적을 해소하기 위해 어제 전기 및 도시가스 요금을 각각 3.5%, 4.9% 올리기로 했다. 시외ㆍ고속버스 운임도 4~5%대 인상된다. 전기ㆍ가스 요금 인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원유 유연탄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도 정부가 물가 및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요금을 동결해 인상 요인이 누적된 게 사실이다. 에너지 과소비 억제를 위해서도 생산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전기ㆍ가스 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한전이 자체 경영 합리화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인상요인을 흡수하려 노력했는지는 의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5,600억원, 올해 상반기엔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임금을 연평균 6%선으로 꾸준히 올렸고, 최근 성과급 500%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방만 경영의 책임을 가계와 기업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 걱정인 것은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 하반기 물가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분기 3.3%, 4분기엔 3.7%로 높아져 한국은행의 하반기 관리 목표치인 2.7%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에너지요금 인상에 따른 서민층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사회복지시설의 할인 폭을 확대하고 도로 통행료와 열차운임, 광역상수도 요금 등을 동결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전기ㆍ가스 요금이 오르면 지방 공공요금도 들썩일 공산이 크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보다 높은 7.6%를 기록함에 따라 연내 최소한 한두 차례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리와 공공요금 인상이 맞물리면 가계의 주름살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이유로 인상을 계속 미뤄왔던 정화조 청소료, 쓰레기 봉투, 상ㆍ하수도 요금 등 지방 공공ㆍ서비스 요금 운영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공기업들이 먼저 내핍의 모범을 보이도록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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