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 기조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달 중순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이후 이 대통령은 연일 친서민 구상을 내놓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어제 청와대 확대비서관 회의에서는 ‘민주주의의 절차와 과정’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민주주의는 결과뿐만 아니라 절차와 과정도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경제성장의 실적만으로 평가 받으려 하는 것은 잘못이다. 윤리ㆍ도덕적으로 명실 공히 선진국가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친서민은 중도실용과 함께 이 대통령의 오래된 화두다. 이에 비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절차와 과정’ ‘윤리ㆍ도덕’은 종전 이 대통령 어록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적 제일주의가 지배했던 전반기 국정 운영에서는 절차와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시됐다. 당연히 절차와 과정의 핵심 요소인 소통은 외면되고 일방주의적 밀어붙이기가 늘 말썽이었다. 용산참사나 미디어법 파문,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논란, 민간인 사찰 등의 근원도 따지고 보면 모두 소통 없는 절차와 과정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 기조 변화는 긍정적이다. 국민들이 요구해온 국정쇄신 방향과도 일치한다. 대통령 스스로 6ㆍ2지방선거 참패와 세종시 수정안 좌절 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테지만, 최근 진용을 새로 갖춘 청와대 참모진도 대통령의 변화에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청와대 안팎에 조정과 소통의 리더십이 작동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국정기조의 방향을 잘 잡아도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 잔치로 그칠 수 있다. 일부에서 이 대통령의 친서민 강조를 믿지 않거나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의욕만 앞선 어설픈 정책은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윽박지르는 정책이 지속 가능한 상생의 틀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 절차와 과정의 중시도 정치와 국정운영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성을 인정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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