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H. 그레코 Jr. 지음ㆍ전미영 옮김
AK 발행ㆍ396쪽ㆍ2만2,000원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돈의 횡포에 항의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맞다. 돈은 본래 재화나 서비스를 교환하기 위한 수단일 뿐, 사람 위에 군림하라고 생긴 게 아니니까.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에 울고 웃는 노예 신세다. 돈 때문에 목숨을 끊거나 살인까지 저지르는 세상이다. 차라리 돈을 없애버리면 어떨까. 아니, 돈 없이 살 수 있기는 한 것일까.
미국의 공동체 활동가 토머스 H. 그레코 주니어(Jr.)는 돈을 없애자고 주장한다. 돈 없이 살 수 있느냐, 경제가 굴러가겠느냐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단언한다. 또 그래야만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갸우뚱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미 돈에 맞서는 저항 운동이 지구촌 곳곳에서 시작됐다며 동참을 권유한다.
에서 그는 돈을 없애 세상을 바꾸자고 촉구하면서, 이 거대한 전쟁의 서바이벌 매뉴얼을 제시하고 빚과 이자가 없는 신세계에 대한 청사진을 펼쳐 보인다. 그가 규탄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다. 그 화폐는 부와 권력을 집중시켜 분쟁과 불평등을 일으키고, 민주 정부를 뒤엎는 정치 도구가 되기도 하며, 지구를 파괴하는 원흉이라는 것이다.
책은 근대적 금융제도가 등장한 이래 지난 300년간 화폐가 어떻게 타락해서 사람 잡는 괴물이 되었는지 고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화폐와 금융업, 금융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통화 제도가 왜 제구실을 못하는지, 화폐가 어떤 패악을 저지르는지 짚은 다음, 돈 없는 세상으로 가는 실천 사례를 소개하고 구체적 방법론과 길을 안내한다.
그는 기축통화가 달러든 위안화이든, 국채라는 빚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인 이상, 금융 문제는 어떤 것도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최근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의 화폐전쟁은 오늘날의 사악한 금융공학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기만적인 사기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그가 제시하는 답은 정치 권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유통되는 대안화폐다. 대안화폐는 지역 또는 공동체 안에서 주민들끼리 만들어 쓰는 화폐다. 대안화폐 운동은 1980년대 캐나다에서 시작되어 현재 전세계에서 3,000개 이상 유통되고 있다. 한국에는 생태운동 잡지 이 1996년 이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현재 대전 지역 공동체 한밭레츠의 600여 회원 가구가 ‘두루’라는 대안화폐를 사용해 품앗이와 물물교환을 하고 있다.
책에서 그는 지역적ㆍ국가적ㆍ전 지구적 수준에서 대안화폐를 이용한 새로운 교환 시스템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풀뿌리 조직과 기업, 정부가 할 일과 구체적인 활동 지침을 제시한다. 을 굳게 믿는 그는, 동지들을 규합하고자 이 책을 썼다.
권력으로부터 돈을 해방시켜 사람을 해방시키자는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지역 수준에서 조직된 자발적이고 기업적이고 협력적인 대안화폐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 성과와 전략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건강한 공동체를 향한 꿈이 그 바탕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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