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7ㆍ28 재보선 참패로 인한 당내 갈등 봉합을 위해 사퇴 카드를 꺼냈다. 현재로선 사의 표명 수준이지만 대표직 사퇴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비주류 쇄신연대는 ‘사퇴쇼’라고 비판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분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정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석상에서 “내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고, 당헌당규상 최고위원이 대표 직무대리를 할 수 있으니 그런 방법으로 당을 안정시키자고 제의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의 사의 발언은 여러 고려 끝에 나왔다. 마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대표직을 던지지 않고 버티는 것처럼 비칠 경우 정 대표 입장에선 좋을 게 없다. 게다가 9월 초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재도전하기 위해선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내달 초엔 대표직 사퇴가 불가피했다.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는 모습도 보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은 “총선도 아닌 재보선 패배 정도로 지도부가 사퇴할 경우 당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반론을 펼쳤다고 한다. 또 지도부가 사퇴한 뒤 비대위를 구성한다 해도 이미 전당대회 국면이라 당이 제대로 운영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최고위원 대부분의 만류로 정 대표 거취 결정은 유보됐다.
그러나 비주류 진영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쇄신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인 김영진 의원은 “사의를 표명했다 일부 지도부가 ‘그리 하지 마소서’라고 했다고 이를 접는단 말인가. 지금이 중세시대인가”라고 비꼬았다.
양측의 갈등은 이날 최고위에서 통과된 전대준비위 구성안에서도 드러났다. 전대준비위는 전대 시기와 룰 등을 결정하는 기구다. 총 25명의 위원에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김근태계와 중립 진영 등이 모두 포함되긴 했지만 각 진영은 위원 중 계파별 분배 비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주류 측이 김민석 최고위원을 준비위의 핵심 자리인 당헌당규분과위원장으로 내정했지만 비주류가 보이콧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반발하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향후 전대준비위 운영 과정에서도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 통합 여부, 대의원 외에 모든 당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문제, 대권 당권 분리 명시 등의 세부 룰을 놓고도 각 진영은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비주류는 또 기세싸움 차원에서 일단 다음달 2일 첫 회의는 불참키로 했다. 한 당직자는 “갈 길이 멀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