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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번호 통합 '뜨거운 감자'/ '010 단일화' 갈팡질팡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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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번호 통합 '뜨거운 감자'/ '010 단일화' 갈팡질팡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0.07.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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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의 010 번호통합 논쟁이 뜨겁다.

010 번호통합은 011, 016, 017, 018, 019 등 다양한 휴대폰 식별번호를 010으로 단일화하는 것. 정부는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인 2004년에 010 가입자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80%를 넘어 서는 시점에 010으로 합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2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010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82%에 이른다. 따라서 지금 논의를 통해 방법이 나와야 하지만 해결 주체인 방통위는 이해관계에 따라 통합을 서두르자는 의견과 미루자는 의견의 틈바구니에서 갈팡질팡한 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바람에 통신업체들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사업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업체들이 01X 번호로 3세대 이동통신을 운용하거나, 2세대용 스마트폰을 내놓는 등 01X 가입자들을 위한 마케팅 방안을 제대로 제시할 수 없어 이용자들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 혼선이 시장에 가져오는 피해는 크다.

왜 010 번호통합 문제가 발생했나

010 번호통합 문제는 정부가 이동통신업체마다 각기 다른 016~019의 식별번호를 부여하면서 시작됐다. SK텔레콤은 도달거리가 멀고 휘어지는 성질이 좋아 통화가 잘되는 800㎒ 주파수 특성을 011 번호의 특징으로 광고하며 번호 마케팅을 펼쳤다. 800㎒ 주파수를 갖지 못한 다른 업체들은 번호 마케팅에서 열세에 놓이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011 번호를 앞세운 SK텔레콤의 시장 독과점을 우려한 정부는 2004년에 식별번호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010 번호통합 방안을 내놓았다. 업체 관계자는 "처음부터 업체별로 식별번호를 부여한 것이 원인"이라며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업체가 아닌 서비스 종류별로 식별번호를 부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010 번호통합에 대한 의견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서둘러 010으로 단일화할 것을 주장한다. 서두른다는 것은 시점을 정해 놓고 010으로 넘어가도록 유도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SK텔레콤은 번호통합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KT와 LG유플러스, "통합 서두르자"

KT가 010 번호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016, 018 등 01X 가입자들이 이용하는 2세대 이동통신망과 010 가입자용 3세대 이동통신망 2가지를 모두 운용하는 것보다 3세대 망만 운용하면 비용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KT는 3세대 이동통신으로 옮겨가는 시점을 당겨서 서둘러 010 번호통합을 하자는 주장이다. 6월 말 기준으로 KT 가입자 1,559만명 가운데 016, 018 등 01X 가입자는 94만명으로 6% 수준이다.

KT는 3세대 이동통신(010)에 가입해도 01X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계속 받을 수 있는 번호변경표시 서비스라도 우선 실시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일종의 착신전환인 이 서비스는 3세대로 옮겨도 당분간 01X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KT와 마찬가지로 강제 번호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쪽이다. LG유플러스는 011 번호마케팅의 최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업체별 식별번호는 011 번호를 사용하는 SK텔레콤에만 유리하다"며 "번호통합을 빨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서두를 이유 없다"

당연히 011 번호 효과를 톡톡히 본 SK텔레콤은 부정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번호통합은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며 "강제로 번호통합을 서두르면 이용자들의 편익을 제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01X 이용자들을 위한 2세대 이동통신용 스마트폰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010 번호인 3세대 이동통신용이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 01X 가입자가 010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6월 말 기준 2,514만 가입자 가운데 24%인 605만명이 01X 번호를 쓰고 있다.

방통위, 번호통합 방법 못 찾아 문제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번호를 바꾸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장기간 이용해 온 번호를 정책 또는 업체 이해관계 때문에 하루 아침에 바꾸면 불편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최상의 방법은 기존 번호 그대로 3세대나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16일에 01X 가입자도 번호를 바꾸지 않고 3세대 이동통신에 가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의견이 다르다 보니 방통위도 골치를 앓고 있다. 심지어 방통위원들 간에도 의견이 갈린다. 일단 방통위는 번호통합 정책은 바꿀 수 없다는 방침이다. 즉, 이 의원이 발의한 01X 번호로 3세대 이동통신에 가입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뜻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의원의 발의안은 01X 이용자들도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강제 통합하면 부작용이 있으니 이를 최소화하기를 원한다. 방통위는 최대한 의견 수렴 후 합의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번호통합 방법을 빨리 내놓고 싶은데 의견이 다양하다 보니 고민이 많다"며 "8월 안에 방안을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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