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에서 당선된 이재오 의원의 여의도 복귀로 여권 내부 역학구도의 변화 가능성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그의 복귀는 어떤 형태로든 여권의 권력지형 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의원은 한나라당 친이계 내부의 강력한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구심점 없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친이계를 마치 자석처럼 끌어당기며 결집시킬 개연성이 크다는 의미다. 명실상부한 '친이계의 2인자'가 되는 셈이다. 이는 곧 친이계의 당 장악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친이계의 지지로 당 대표가 된 안상수 대표도 이 의원의 원내 복귀로 일단 힘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 의원의 구심점 역할이 갈수록 강화된다면 안 대표가 불편할 소지는 있다.
특히 친이계 내부에서 복잡미묘한 역학 관계가 형성될 소지도 많다. '이상득 의원_이 의원_정두언 의원 등 친이계 소장파' 등으로 친이계 내부 3각축이 형성되면서 서로 협력과 경쟁, 긴장 관계가 얽힐 수 있다는 말이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29일 "이 의원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좀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상득 의원과는 우호적 경쟁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의원이 긴장 관계에 있는 양측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만약 세 소그룹간의 긴장관계가 팽팽해진다면 친이계 내부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의원과 친박계의 관계는 역시 '견제와 긴장'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양측간 과거 갈등의 골이 만만치 않다. 그의 복귀로 친이계 결집이 가속화하는 상황도 친박계로선 개운치 않다. 앞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지속적인 각축전이 전개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의 복귀를 바라보는 친박계의 속내는 복잡미묘하다.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이 일단 지켜보자"는 담담한 반응이 나왔지만 우려의 시선도 감추지 않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총선 공천 갈등의 장본인인데 우리로선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계파 갈등을 확산시킬까 경계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 당선자의 복귀로 친이계 결집이 강해진다면 친박계 역시 한층 공고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관측들을 의식한 듯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이날 "앞으로 달라진 이재오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은평에서 '나홀로 선거운동'을 할 때의 그 낮은 자세로 그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복귀 후 행보가 여러모로 주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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