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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어느 날 아침 두 황당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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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어느 날 아침 두 황당뉴스

입력
2010.07.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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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아침 신문을 보다가 두 개의 뉴스에 시선이 꽂혔다. 하나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했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실명은 나중에 나왔고 당시엔 정부 고위 당국자)이 기자간담회를 통해"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님, 위대한 수령님'하면서 살아야지 왜 대한민국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는 보도였고, 다른 하나는 현직 고교 여교사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인터넷 강의에서 "(남자들이) 군대 가서 배우는 것은 죽이는 법이다. 여자들이 힘들게 (아이를) 낳으면 (남자들은) 군대 가서 죽이는 거 배워 온다"고 했다는 뉴스였다.

둘 모두 정말 황당무계한 주장이어서 짜증이 났다. 이런 얘기가 공식석상에서 공공연히 나오는 게 작금의 한국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불쾌지수는 최고조로 치달았다.

먼저 유 장관의 얘기를 보자. 그가 "요즘 젊은 애들이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 찍으면 평화'라고 해서 거기에 넘어갔다"고 말한 것으로 봐서 6ㆍ2지방선거에서 젊은층이 정부의 천안함 사태 강경 대응을 비판한 야당에 많은 표를 준 것을 비판한 것 같다. 각료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당연히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지만 그가 외교 안보를 책임지는 각료고,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각인시키려는 의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기까지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고서는 내린 결론이 참 가관이었다. "북한 가서 살라"는 말 말이다.

사실 이런 말 보수고, 진보고 자주 한다. 좀 마음에 안 들면 "북한 가라"고 하고, "미국 가라"고 한다. 하지만 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그리고 그것을 표심으로 표출했다고 해서 북한이나 미국에 가서 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비판자도 같은 국가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유 장관이 독재국가인 북한의 관료라면 모르겠으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한국의 관료라면 이런 얘기는 금물이다.

여교사가 EBS에서 한 발언도 유 장관 망언 못지않은 '작품'이다. 군대가 싸움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주장은 형식적으로 보면 맞다. 하지만 왜 그런 것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침략은 존재했다. 그것에 맞서 싸울 힘을 갖지 못한다면 그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 모든 국가가 평화 애호로 변해 침략이 없는 세상이 온다면 더 이상 좋은 일이 없겠지만 이런 세상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주장들보다 더 한심한 것은 한국 언론이 두 뉴스를 다루는 방식이다. 당장 둘 모두 황당한 얘기라는 것이 자명하니 언론도 둘 모두 비중 있게 다뤄야 했다. 하지만 보수 매체는 여교사 얘기만 큼지막하게 보도하고 유 장관 소식은 무시하거나 작게 다뤘다. 반면 진보 매체는 이와 반대로 취급했다. 한국에서는 보수 매체나 진보 매체 가운데 하나만 보면 도대체 객관적 이해가 불가능하다.

언론 수용자도 문제가 크다. 대다수의 신문 독자나 방송 청취자, 네티즌은 자기 이념에 맞는 뉴스만 선택한다. 입맛에 맞지 않는 뉴스는 보더라도 그 가치를 무시한다. 그렇게 수용자들은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이념을 강화한다. 그러다 보니 세상을 왜곡하는 매체가 득세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혹시 내 머리에 들어 있는 사상이라는 것이 진짜 내 것이 맞는지 한 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이은호 정책사회부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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