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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희망] <7> 다문화가정 출신 경기도의원 이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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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희망] <7> 다문화가정 출신 경기도의원 이라씨

입력
2010.07.2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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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의사 일정과 현장 방문 그리고 행사 참석. 하루하루 바삐 보내는 그의 생활이 새로 시작한 도의원의 모습과 딱 일치한다. 몽골 출신 결혼 이주 여성 이라(33)씨는 6월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경기도의원에 당선됐다. 다문화가정 출신으로는 첫 정계 진출.

경기도의회가 개원(6일)한 지 한 달이 채 안됐지만 그 사이 그는 이전에 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했다. 금요일인 23일만해도 하루 종일 도의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위원회 구성을 놓고 정당간 의견이 갈려 밤 10시까지 회의를 계속했지만 끝내 결렬돼 8월에 임시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월요일인 26일에는 4대강 사업 현장인 경기 여주군 남한강변을 방문했다.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는,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4대강 사업이지만 도의원이 되지 않았으면 굳이 방문하지는 않았을 곳이다. 화요일인 27일에는 경기 구리시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한국에 정착한 결혼 이주 여성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자원봉사도 하는 모임인데 그들이 특별히 이라 의원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간 것이다. 그는 이주 여성 사이에서 어느새 제법 유명인사, 인기인이 돼 있었다. 그것 말고도 경기도 집행부를 상대로 한 질문법 등에 대한 워크숍 등에 참가하는 등 할 것이 많다.

새로운 일, 낯설지만 재미 있어

“바쁘기는 바빠요. 전에는 그냥 다문화가정 지원 활동을 열심히 하는 한 가정주부로 살았는데 지금은 도의원 일이 추가됐으니까요. 아직 일이 서툴기 때문에 공부하고 배울 것도 많고요.”

그는 도의원이 된 뒤 생소하지만 새로운 일을 알아가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경기도 집행부의 업무를 보고 받고 그들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서 지방자치의 중요성도 다시 깨달았다.

국회의원이든, 지방의원이든,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의원이라면 누구나 일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일을 정말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함께 갖지만, 이라씨는 다문화가정 출신이기 때문에 특히 남다르다.

그는 2003년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온 뒤 줄곧 이주 여성 지원 활동을 했지만 이렇게 정치까지 할 줄은 몰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성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이주 여성 후보를 요청했고 지원센터는 그에게 의사를 타진했다. 뜻밖의 제안에 고민을 거듭하고 가족과 상의한 끝에 수락했다. “다문화가정 문제를 푸는데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당선이 안되더라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주 여성 교육

개원한 지 한 달이 채 안돼 본격적인 활동은 아직 못하고 있지만 그의 머리 속에는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구상이 들어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주 여성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다. 여기서 교육이란 초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이어지는 학습 능력의 배양이 아니다. 한국어 실력의 증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한국의 사회 제도 및 다문화가정 지원 정책 등에 대한 정보 습득 등을 말한다.

그가 볼 때 지금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나 지원이 많이 좋아졌다. 다문화지원센터 등이 곳곳에 있으며 거기서 도움을 받는 이주 여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둔 이주 여성이 특히 그렇다. 그 나이의 아이들은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엄마가 숙제도 봐주고 학교에서 보내온 알림장 내용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아이가 유치원과 학교에서 적응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라씨는 그런 고민을 풀 수 있는 지원책을 찾고 있다. 부모가 맞벌이하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 수업이 끝난 뒤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이라씨는 강조한다.

남편도 함께 교육 받아야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한국인 남편의 의식이다. 문화가 다른 이주 여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주 여성과 남편이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기본 교육을 반드시 함께 받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최근 베트남 이주 여성 탓티황옥씨가 한국에 온 지 8일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에 의해 살해된 가슴 아픈 사건에서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혼중개업소가 남편의 병력 등을 알려주는 것도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남자의 부모가 자식의 결혼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아들이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릴 수 있는지, 며느리로 맞을 이주 여성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지 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절실합니다.”

학교와 선생님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를 따돌리는 일이 아직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 아이가 엄마에게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 아이는 할머니와 어울리는 것은 좋아해도 피부색이 까만 엄마와 둘이 다니는 것은 피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생님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당당해지라고 격려하고, 그들을 따돌리는 아이들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분명하게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교적 수월한 한국 안착, 한국어 배우기도 열심

이주 여성들이 한국에서 사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이라씨는 비교적 수월하게 한국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철도운송회사 회사원으로 일하던 그는 결혼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 친한 친구가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는데 그 남성의 친구가 지금의 남편(50)이다. 당시 몽골에서는 한국을 제법 잘 사는 나라로 알고 있었지만 그가 한국으로 가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깜짝 놀랐다. 부모님을 설득해 한국으로 왔지만 한국어가 서툴러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도 광범위하게 쓰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저 생김새,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디서, 왜 왔는지 궁금해하며 부담스러운 시선을 보내던 때다. 이라씨는 “한국어를 몰랐기 때문에 나에 대해 누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살기로 한 이상 한국어를 알아야 했다. 경기 성남의 집에서 버스로 2시간 30분 걸려 서강대 한국어학당까지 가 한국어를 배웠다. 한국어의 어순이 몽골어와 같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고 있다. 2007년부터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결혼이민자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모임에 나가니 마음이 편하고 의지가 됐다. “그 동안 왜 집에만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민자네트워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 한국인들과도 가까워졌다. 2008년부터는 성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도 그 해다.

도의원 된 뒤 알아보는 사람 생겨

도의원이 된 뒤 알아주는 사람도 제법 생겼다. 얼마 전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할머니가 아는 체를 해 기분이 좋으면서도 약간 쑥스러웠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은 그의 당선을 누구보다도 좋아했는데 시간이 나면 의회에 한번 가기로 했다.

몽골의 신문과 TV도 그의 당선 소식을 보도했다. 몽골의 부모님과 여동생이 매우 기뻐했고 한국의 몽골인들도 제 일처럼 좋아했다. 다문화가정 모임에서 그를 찾는 일이 더 많아졌다. 28일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경기도의회를 견학하러 왔다가 이라씨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으며, 한국의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남동생은 친구를 데리고 와 누나와 만나게 해주기도 했다.

그는 다문화가정과 관련한 일로 도의원이 된 만큼 그쪽 일을 계속 할 생각이다. 신구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재학중인 그가 내년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학을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 먹은 것도 그 때문이다. 출신지에 관계 없이 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는 꿈꾸고 있다.

박광희 편집위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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