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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재계 '불통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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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재계 '불통의 벽'

입력
2010.07.2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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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사가 수정됐습니다. 다시 확인 바랍니다."

28일 오후 5시20분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이 열린 제주 해비치호텔의 기자실이 분주해졌다. 전날 배포된 조석래 전경련 회장 명의의 개회사가 행사 개막 10분전에 갑자기 변경된 것. 바뀐 개회사에는 정부와 정치권을 자극할 만한 일부 표현들이 삭제돼 있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골자는 같았다.

재계가 정부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듯한 형국이 되면서 전경련은 이날 밤 10시30분 "정부와 각을 세우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자료까지 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전경련의 사회적 책임까지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실 최근 정부와 재계는 신경전이 한창이다. 본보가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는 기획을 시작한 것은 6일. 이후 14회에 걸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를 다루었고, 앞으로 상생의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안을 내 놓았다. 각계의 호응이 잇따르며 이 대통령도 12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존 산업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를 일부 언론과 재계 일각에서 정부가 '대기업 때리기'에 나섰다고 반박하며, 개회사 해프닝까지 이어진 것이다.

원래 재계의 생리가 늘 '위기'를 외치면서 더 많은 보따리를 요구하기 마련이란 점을 감안해도 최근의 모습은 볼썽사납다. 한해 수만명을 모아놓고 1억원씩 줘도 남을 정도로 큰 이익이 나는 일부 대기업과 영세 중소기업 중 누가 더 약자인 지는 자명하다.

특히 일련의 사태는 현재 정부와 재계의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오해가 있다면 대통령ㆍ경제부처 수장들과 재계 총수들이 만나 풀고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게 순리다. 남북, 좌우, 빈부 양극화의 골도 깊은 상황에서 민관마저 갈등하면 우리 미래는 암울해진다.

박일근 산업부 차장대우 서귀포=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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