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에릭 케제르’ 국내 1호점이 2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지하1층에 문을 열었다. 낯선 이름의 다양한 프랑스 빵 말고도 이곳에는 낯선 직업을 가진 한 여성이 일한다. 스스로를 ‘블랑제리 어드바이저’라고 소개하는 김미정(32)씨를 오픈 전 분주한 에릭 케제르 매장에서 26일 만났다.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구워 파는 빵집을 프랑스에선 블랑제리라고 불러요. 거기서 빵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블랑제죠. 패스트리나 케이크 디저트를 만드는 파티시에와 다릅니다.”
블랑제리 어드바이저는 말 그대로 빵집의 조언자다.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여러 가지 빵의 종류와 맛을 설명하거나 기호에 맞는 빵을 골라준다. 와인으로 치면 소믈리에 같은 역할이다.
“우리 매장엔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보로빵이나 앙금빵이 없어요. 이런 빵을 찾는 고객은 밀가루 소금 물로만 만든 단단한 느낌의 브레드류보다 버터와 계란이 많이 들어가 겉과 속이 모두 부드러운 브리오슈류의 빵을 추천해야죠.”
에릭 케제르는 국내 다른 빵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프랑스식 빵을 갖춰 놓았다. 처음 접하는 고객에게 외국 빵을 제대로 알리는 것도 김씨의 임무다.
“바질과 로즈마리를 비롯한 여러 허브를 섞은 프로방스허브가 들어간 쿠생은 우리 말로 베개란 뜻이에요. 향이 잠이 오게 할 정도로 은은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죠. 초콜릿색이 나는 뺑 오 카카오는 카카오 원두를 넣었어요. 보기엔 엄청 달 것 같지만 오히려 약간 쓰다고 느낄 수 있어요. 진한데 달진 않은, 국내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특이하고 새로운 맛이죠. 빵 이름에 ‘피그’란 단어가 들어가면 무화과를 넣은 거에요.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던 과일이라죠.”
프랑스 빵의 대명사 바게트는 우리 말로 막대기 또는 지팡이를 뜻한다. 하지만 바게트가 꼭 길쭉한 모양만 있는 건 아니다.
“같은 반죽으로 둥글 넙적하게 만들면 가슈, 호밀빵처럼 입술 모양으로 만들면 바타라는 빵이 됩니다. 바게트를 사갈 때 보통 잘라 달라는 고객이 많잖아요. 이분들, 설득해볼 생각이에요. 내부가 공기에 노출되면 빨리 마르고 산화해 맛이 덜하거든요. 댁에서 먹기 직전에 잘라야죠.”
에릭 케제르의 빵은 물과 밀가루가 섞였을 때 생기는 천연효모를 이용해 저온에서 발효시킨다. 김씨는 “인공효모로 고온에서 확 부풀리는 다른 빵에 비해 우리 빵은 슬로푸드”라며 “누르면 푹신하니 수분감이 느껴지고 자르면 벌집 모양의 기공이 보이고 약간 신듯한 특유의 향이 난다”고 설명했다.
매장에 블랑제리 어드바이저를 배치한 베이커리 브랜드는 국내에서 에릭 케제르가 처음이란다. 에릭 케제르를 들여온 한화호텔&리조트가 브랜드를 정착시키고자 특별교육을 통해 배출했다. 빵을 만들진 않지만 빵과 고객을 직접 이어준다는 점에서 블랑제리 어드바이저는 매장의 얼굴과도 같다. 잘 하면 김씨를 믿고 빵을 고르는 고객이 늘면서 이 직업이 자리를 잡을 것이고, 잘 못하면 반짝 시도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어깨가 무겁죠. 한편으론 베이커리 분야에서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걸 입증해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구요.”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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