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새삼 두드러지고 있다. 세종시와 4대강 문제를 중심으로 간극이 많이 벌어졌지만, 사실 지방자치를 시작한 이래 중앙과 지방 정부를 여ㆍ야당이 나눠 맡으면서 긴장과 갈등은 계속되어 왔다. 다만 이런 역할 갈등은 흔히 견제와 균형이라는 대의명분에 묻히거나 민주주의 비용구조로 인식되어 왔다.
중앙·지방정부 연합전략을
그러나 중앙과 지방정부가 긴밀히 협력해야 할 사안은 수없이 많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개발사업과 복지행정이다. 개발사업은 최근 목격하듯이 노선과 철학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갈등으로 번지기 십상이고, 복지행정은 전국민 보편서비스의 원칙하에 중앙이 결정하고 지방은 서비스를 대리하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노선과 철학, 이념과 당파를 떠나서 당장 연합해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이 있다. 중앙과 지방이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 보완적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구할 필요가 있는 사안은 바로 일자리 문제이다. 일자리를 늘려서 민생 안정과 경제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과제는 중앙과 지방정부 어느 쪽도 회피할 수 없는 고유한 사명이다. 또 그 결실이 어느 한쪽에만 돌아가지 않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연합 전략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대기업과 수출 위주의 성장국면을 보여 왔다. 물론 그 결과로 지금은 중소기업과 내수 중심의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들 지적하지만, 경제와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추가적으로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산업과 경제 정책에서 복잡한 함수관계를 풀어내야 한다. 당장 부족한 일자리를 추가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이와 병행할 또 다른 정책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특히 청년층과 여성 가장,'사오정'퇴직자 등은 하루가 급하다.
그렇다고 급하게 일시적 재정 투여를 통해 전국적으로 똑같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개별적인 특성을 감안하지 못해 일자리의 임시직화와 소득의 하향 평준화를 벗어나기 힘들다. 위로부터의 평면적인 예산 배분형 고용창출 전략이 갖는 한계를 보완할 아래로부터의 입체적인 소득 창출형 고용전략을 세워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틈새와 여력은 사실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인적 구성, 산업기반, 지역 내 서비스 수요 등이 상이한 개별 지역별로 이런 상황을 종합해서 추가적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앙정부는 가장 그럴듯한 일자리 전략을 가진 지자체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과거 지역별 인적자원 개발과 일자리 창출 사업에 들어간 예산도 적지 않다. 나눠먹기식으로 집행된 것은 없는지 냉정한 평가와 더불어 일자리 전략이 없는 지역에는 예산 지원도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 대처해야
이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들은 산업이나 경제정책만으로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지역별 일자리 전략 개발을 주요 정책 목표로 추진해 왔다. 우리도 다소 늦었지만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 올해 들어 정부가 '지역 일자리 공시제'를 도입해서 지자체와 일자리 늘리기 목표를 구체적으로 약정하고 선택적으로 지원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중요한 정책적 전환이다. 중앙이 일자리 정책을 결정하고 지방은 이를 단순하게 집행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방이 주도하면 중앙이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번듯한 몇몇 대기업의 일자리는 국가적 관심사항이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일자리는 지역적인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 우리에게는 글로벌(global) 일자리와 로컬(local) 일자리가 모두 필요하다. 지금까지 일자리보다는 눈에 보이는 치적에만 치우쳐온 지자체 행정에서 벗어나 민생의 근본인 일자리를 가지고 평가 받는 민선 5기 지방정부 시대를 기대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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