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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친서민 정책과 새 노사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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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친서민 정책과 새 노사관계

입력
2010.07.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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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현대자동차 노사가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끝냈다. 현대차는 2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함으로써 단체교섭만 하면 파업이 발생한다는 과거의 좋지 않은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번에도 노조 집행부를 반대하는 현장 노동조직은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키려고 했지만, 다수 조합원들은 이들의 비판이나 이념 논쟁에 휘둘리지 않고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합의안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실리주의적 판단이 작용했다. 어쨌든 현대차 노사 당사자들로서는 자축해야 할 일이다.

산업 평화 넘어 ‘공정 노동’ 실현을

그러나 바깥에서 현대차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현대차

노사의 잔치에 협력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 성과를 창출하는데 동일하게 기여했지만 공정하게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며칠 전 대법원은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의 사내 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관계에 대한 책임이 현대차에 있다는 판결이다. 판결의 근거로 대법원은 현대차 소속의 정규직 근로자와 사내 하청기업 소속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나란히 생산라인에 배치된 상태에서 일을 했고, 작업의 시작과 끝나는 시간, 작업의 물량과 방법 등을 현대차가 결정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 소속 근로자와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 사이에 놓여있는 높은 장벽이 소득과 고용의 양극화를 유발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이제 산업 평화를 넘어 ‘공정 노동’의 실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우리 현실에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사용자를 압박하고, 사용자는 파업 위협 때문에 인건비와 고용의 부담을 비정규직은 물론 하청이나 용역 등을 맡는 중소기업에 전가한다. 힘의 논리에 따라 강자가 약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행동이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만드는데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의 과실이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만 돌아가고 서민들은 체감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친서민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아직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투자 그리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문제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정부의 정책은 노사관계의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한 이해 조정 시스템 필요

새로운 노사관계 구조의 핵심은 대기업 정규직 노사가 비정규직이나 협력 중소기업의 이익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임금 및 근로조건 그리고 고용이 결정되도록 만드는데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볼 때 대기업 정규직 노사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단기적으로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발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며 이익이 상충될 때 갈등이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와 대기업 노사관계 주체들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대기업 정규직 노사와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의 이익이 공존하고,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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