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이 29일 발간됐다. 부제 없이 ‘김대중 자서전’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에는 격동기를 살아온 정치 거물의 85년 생애가 한국 현대사와 함께 생생히 담겼다.
자서전에는 1924년 그가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태어난 시점부터 지난해 9월 서거 직전까지의 이야기들이 수록됐다.
특히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뒷얘기가 생생하게 묘사됐다.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개선장군 칭호를 듣고 싶은 모양입니다”라며 김 전 대통령을 치받았고 그는 “개선장군 좀 시켜주면 어떻습니까.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덕 좀 봅시다”라고 받아 넘겼다. 그리고 비로소 김 위원장이 웃었다. ‘6ㆍ15 남북 공동 선언’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는 또 “내 어머니는 평생 작은댁으로 사셨다"는 말로 친모인 장수금 여사가 본처가 아니었고, 자신이 ‘서자’라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소회도 적었다. 그는 이 대통령에 대해 "실용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것 같다. 남북문제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서는 "결국 이명박정권에 의해 강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또 지난 2004년 8월 박 전 대표가 자신을 찾아와 "아버지를 대신해 딸로서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고 말한 일을 소개하면서 “뜻밖이었고 참으로 고마웠다”고 했다.
이번 자서전은 김 전 대통령이 2004년부터 2년간 41회에 걸쳐 직접 구술한 내용과 일기, 메모 등을 바탕으로 정리됐다. 김 전 대통령이 `기뻤다`, `좋았다`, `울었다`라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도 이례적이라고 한다.
자서전은 `출생에서 정치 입문까지'를 엮은 1권과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퇴임 후 서거 직전까지'를 기록한 2권으로 나눠 출간됐다. 1,356쪽짜리 책의 마지막 문장은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이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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