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불교 학자들과 한국의 스님들이 한국불교의 정통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을 주제로 한 자리에 모인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다음달 12~13일 교내 중강당에서 ‘간화선, 세계를 비추다’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갖는다. 로버트 샤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 제임스 롭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 외국 학자 9명과 국내 학자 6명이 참여하는 이번 세미나에는 간화선을 실제 수행해온 한국의 대표적 선사들도 참여한다. 전국선원수좌회 대표를 역임한 혜국 스님과 안국선원 선원장인 수불 스님이 기조 발제를 맡고, 조계종 원로의원인 고우 스님과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이 세미나가 끝난 뒤에 법문을 한다. 참가자들은 학술대회가 끝난 뒤 함께 봉암사와 송광사 등을 찾아 직접 간화선 수련 현장을 둘러보고 참선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연구서적으로만 간화선을 접해온 외국 학자들로선 간화선 수행자들의 전통 법문과 함께 실제 수행 현장도 접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해 6월 불교학술원의 초대 원장으로 부임한 로버트 버스웰(57ㆍ사진) 미국 UCLA대 교수가 학술원 첫 사업으로 제안해 성사됐다. 버스웰 교수는 “한국의 간화선을 외국 학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며 “이제까지는 학자들은 학자들끼리만, 수행자들은 수행자들끼리만 이야기했는데 함께 모여 대화하는 행사가 필요할 것 같아 마련한 자리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 간화선을 연구하는 학자는 많지만, 대부분 일본과 중국 불교를 연구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간화선 수행이 실제 진행되고 있다는 건 잘 모른다”며 “한국 간화선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이를 연구하는 외국학자들이 실제 간화선 수행 현장을 보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적 불교학자인 버스웰 교수는 태국에서 출가했다가 한국 간화선에 빠져 21세 때인 1974년 순천 송광사에서 5년간 참선 수행을 한 ‘벽안의 스님’ 1세대다. 승복을 벗고 미국으로 돌아가 ‘금강삼매경의 한국적 기원’이란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스탠퍼드대를 거쳐 UCLA대 교수로 부임한 후 미국 최대 규모의 한국학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학기 중에는 미국에서, 방학 때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버스웰 교수는 “간화선은 수행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간화선의 핵심은 의심인데 일반인들도 늘 생활에서 의심을 품고 있으니 간화선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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