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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커버스토리 - '작은 금강산' 오대산 소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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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커버스토리 - '작은 금강산' 오대산 소금강

입력
2010.07.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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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이 그립다. 2007년 내금강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가 금강을 찾았던 마지막 발걸음이었으니 벌써 만 3년이 지났다.

휴전선에 가로막혀 막연히 노래로나 불렸던 ‘그리운 금강산’. 언젠가 갑자기 금강으로 가는 길이 뚫렸고, 한동안 그 꿈속의 풍경을 뒷산 오르듯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얄궂게도 다시 산문은 느닷없이 닫혔고, 이제는 언제 다시 금강으로 가는 문이 열릴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인데, 금강으로 가는 길은 왜 그리도 끊기고 이어짐을 반복해대는 건지. 다른 복잡한 이유야 많겠지만 풍경을 최우선으로 품는 여행객에겐 금강을 잃고 살아야 하는 긴 시간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운 금강산’대신 ‘작은 금강산’을 찾았다. 오대산 너른 자락이 품고 있는 소금강이다. 오대산의 동쪽 기슭 동해로 치닫는 산자락에 안겨있는 계곡이다. 예부터 빼어난 경관이 유명해 1970년 국가 지정 ‘명승 제1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오대산 소금강에 이은 명승 2호는 경남 거제의 해금강이고, 3호는 전남 완도의 구계등이다.

소금강이란 이름은 강릉이 배출한 대학자 율곡 이이의 에서 유래됐다. 소금강 물줄기는 오대산 봉우리중 하나인 노인봉(1,330m)의 동쪽 사면에서 발원해 흘러내린다. 이 물은 연곡천과 합쳐져선 동해로 빠져나간다. 이 노인봉이 품은 자락의 마을 이름이 본디 청학동이었다. 노인봉 또한 청학산으로도 불리던 봉우리다. 400년 전 율곡이 이 청학동 계곡을 찾았다가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놓은 것 같다고 해서 소금강이란 이름을 붙였다.

하얀 화강암이 빚어내는 소금강 계곡 풍경은 식당과 민박집이 즐비한 삼산2리 내동마을 주변에서 이미 시작된다. 빨간 고정 텐트가 쳐진 소금강 야영장 앞에서 물길은 급격히 암반을 휘돌아 나가며 금강다운 눈맛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깊은 초록의 터널로 접어들며 산행을 시작했다. 오르막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길은 평탄했다. 시원한 물줄기를 바로 옆에 달고 오르는 길이다. 무릉계에서 시작된 절경은 계곡 초입부터 눈을 황홀케 했다. 순백의 바위와 맑디 맑은 물이 빚어내는 조화에 한여름의 더위가 말끔히 씻겨 나간다. 열십자 모양의 기묘한 생김새를 한 십자소를 지나고, 활짝 피어난 연꽃을 닮은 연화담도 지난다.

금강사란 절 앞에는 커다란 둥근 바위 두 개가 이마를 맞대고 있다. 지금의 반듯한 산길이 닦이기 전 소금강으로 오르는 길은 그 바위 사이의 구멍을 지나야 했다고 한다. 딱 사람 한 명이 머리를 숙여 통과할 만한 크기다. 금강산의 금강문이 그랬다. 구룡폭포로 오르는 외금강의 금강문이 그랬고, 표훈사 인근의 내금강 입구에도 똑 같은 금강문이 있었다. 절경이 한데 모인 금강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인 셈이다.

소금강의 금강문을 지나면 하늘이 크게 열리고 거대한 너른 바위를 마주한다. 식당암이다. 소금강에 율곡이 찾아오기 훨씬 전, 신라말의 마의태자도 이곳에 들어왔다고 한다. 망국의 한을 풀기 위해 이 산자락 높은 곳에 아미산성을 지은 마의태자는 군사를 훈련시키면서 이 식당암 위에서 밥을 먹였다고 한다. 장정 100여 명이 동시에 앉아도 될 수 있는 넉넉한 넓이다.

식당암에서 물길을 오른쪽에 끼고 계속 오르면 소금강의 하이라이트인 구룡폭포를 만난다. 구룡폭포쪽 물줄기가 흐르는 골짜기는 피골로도 불린다. 마의태자의 군사들이 고려군에게 대패해 흘린 피가 내를 이루었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구룡폭포에선 아홉 개의 폭포와 소들이 염주알 꿰듯 계속 이어져 내려온다. 바위를 타고 힘차게 휘어져 떨어지는 물줄기는 정말이지 꿈틀대는 용의 몸짓을 닮았다. 구룡폭포 주변 널따란 바위에 앉을 거처를 마련하고는 한참을 넋 놓고 폭포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시원한 물소리에 다른 모든 상념이 다 빨려 들어갔다.

구룡폭포 위로는 만물상과 백운대가 있고, 삼폭포, 광폭포, 낙영폭포 등 또 다른 아름다운 폭포들이 이어져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오르막이다. 이제껏 소금강의 평탄한 계곡에서 여름을 잊었으니, 이젠 노인봉까지의 산행으로 더운 여름과 직접 맞서 볼만도 한데 발은 다시 왔던 길로 하산을 하자고 한다. 구룡폭포에 온 나들이객 대부분도 발걸음을 돌린다. 삼복 더위엔 그저 편한 걸음이 좋기 때문이다.

남은 절경들을 뒤로 하고 되돌아 가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단, 식당암을 지날 때 이마의 땀을 닦다가 계곡에 안경을 빠뜨린 바람에 눈이 흐릿하다는 핑계거리가 있어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강릉=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여행수첩/ 오대산 소금강

●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진부나들목에서 나가 오대산 월정사 팻말 보고 좌회전, 월정삼거리에서 좌회전, 병안삼거리에서 우회전해 6번 국도 따라 직진해 진고개를 넘어 내려간다. 부연동 들머리 지나 내려가 삼산1리에 이르면 오른쪽에 소금강길 들머리가 나온다. 

● 소금강 골짜기는 13㎞에 이른다. 봄·가을로는 오대산 진고개에서 출발해 노인봉을 거쳐 소금강 계곡으로 내려오는 15㎞짜리 산행을 하는 이들이 많다. 편한 신발로 가볍게 걸어 숲길과 계곡의 주요 경치를 감상하려면 소금강분소가 있는 삼산2리 내동마을에서 출발해 숲길·물길을 따라 구룡폭포까지 다녀오면 된다. 왕복 2, 3시간 거리다.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소금강분소 (033)661-4161

■ 트레킹 팁/ 등산화

찌는 더위에 숲길을 걷다가 만난 시원한 계곡물. 그만큼 짜릿한 행복도 없을 것이다. 여름산행의 묘미라 할 수 있다. 가벼운 산행이라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걷다 보면 자연 땀으로 목욕을 하게 되지만, 계곡에 발을 담그는 순간 이 모든 힘든 순간이 사라진다. 묵직한 일반 등산화와 달리 가벼운 산행이나 물놀이 혹은 일상생활용으로 나온 멀티 스포츠화는 요즘 같은 더운 여름에 적격이다. 트레킹과 물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신발이다.

특히 최근에는 아쿠아 슈즈 겸용으로 많이 출시되어 더욱 시원하고 가벼운 느낌이다. 가벼운 산행이나 여름철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위해 멀티 스포츠화를 선택할 경우, 무게와 함께 견고한 설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무턱대고 가볍고 시원한 것만 찾았다가는 산행할 때 발목이나 무릎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조가죽을 사용해 무게는 낮추고 내구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통기성을 좋게 하고, 바닥에 구멍을 만들어 배수 시스템 등을 갖춘 다양한 기능의 멀티 스포츠화들이 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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