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요”, “추워요”, “무지 넓어요”….
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이의동 수원외고 강당. 러시아의 이미지를 말해보라는 러시아인 일일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의 대답이 이어진다. 진행을 맡은 프로코프예바 옐레나(39ㆍ모스크바 No.4학교 지리교사)씨가 고른 문제는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한 사람은?”이었다. “저요, 저요”하며 40명의 학생 거의 전원이 손을 들었고, ‘유리 가가린’이란 정답은 싱겁게 쉽게 나왔다. 교사들은 손을 든 학생 모두를 정답자로 인정,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로슈카’와 열쇠고리 등을 선물했다.
러시아 중등 교사 및 교육 관계자 24명이 한ㆍ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이벤트로, 이 날 프로그램은 러시아어 전공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 특강. 수업은 90분 동안 러시아어로 진행됐다. 폴랴니나 타티아나(55ㆍ상트페테르부르크 No.3학교 역사교사)씨는 “이틀 전부터 오늘 새벽 3시까지 수업 준비를 했는데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흐뭇하다”며 “학교에 돌아가면 러시아 학생들에게도 한국과 한국 학생들에 대해 잘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러시아어과 전소현(17)양은 “게임을 통해 러시아 문화와 역사를 배워 즐거웠고, 러시아 국기와 전통인형이 달린 예쁜 펜 선물도 받은 멋진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26일 입국한 이들은 다음 달 8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가 마련한 한국문화 특강과 세미나에 참석하고, 주요 관광지와 유적지를 다니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에는 ‘한류와 대중문화’라는 주제로 최아영 러시아연구소 박사의 특강을 들었다. 겨울연가 배용준, 피겨 퀸 김연아, 인기가수 2PM과 빅뱅의 동영상을 보며 ‘와~’하는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라바이스키 아르까지(47ㆍ모스크바 No.34학교 지리교사)씨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러시아에서 인기가 꽤 높은데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다”며 의아해하자 최 박사는 “김 감독은 대중성보다 예술성을 지향해 다수 사람들보다 소수 계층만 열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른 한 교사는 “베니스 영화제,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수상한 니키타 미하일코프 감독처럼 유명 러시 감독들이 한국에 잘 알려져 있냐”고 묻기도 했다.
전날(28일) 서울 인사동을 방문한 데 이어 이태원, 임진각, 전쟁기념관, 안동 하회마을, 불국사 등도 일정에 포함됐다. 이번 연수 팀의 인솔 단장인 세르게이 크라브쵸프(러시아 교육아카데미 교육경영연구소장)씨는 “이번처럼 양국 교류가 활발해져 상호이해를 증진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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