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기심 발동 꼬마 연구원 "새 에너지 찾고 말테야"
“이게 뭘까요?”“태양전지요.” “예. 태양전지도 맞아요. 근데 태양광판이 더 정확한 말이예요. 뭐라고요?”“태양광판이요.”“이걸 수수깡과 연결할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되나요?”“우와, 바람개비가 돌아가요.” “이야.”“와!”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간간이 해가 고개를 내밀던 지난달 23일 오후2시. 강원 홍천군 홍천읍 석화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인 30여명의 어린이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일일 지도교사인 코오롱의 김윤원(33) 대리가 수수깡의 한쪽 끝을 태양광판에 연결시키자 그 반대편 끝에 고정돼 있던 바람개비가 돌아가기 시작한 것. 태양광판이 소량의 햇빛을 받아 에너지로 전환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본 어린이들은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저마다 바람개비를 만지작거렸다. 30여개의 바람개비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받아 안기라도 하듯 일제히 힘차게 돌았다.
이날 코오롱의 ‘찾아가는 에너지 학교’인 ‘에코롱롱’의 지역 순회 교육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오후1시 교육이 시작됐을 때 아이들의 눈이 고정된 것은 전방에 있던 한 차량이었다. 컨테이너 트럭을 연상시키는 그 차량은 코오롱이 5톤 트럭을 개조해 만든 교육용 특수차량이었다.
“트랜스포머처럼 차가 변신할 거예요.”또 다른 지도교사 오수민(25ㆍ여) 주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이들은 차량의 측면이 로봇처럼 천천히 열리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국내에 단 한대만 존재하는 이동 에너지 교육 차량은 내부에 신재생 에너지 주택을 품고 있다. 정면에 부착된 TV에서는 환경보호와 에너지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고, 태양에너지로 물을 세정해 반복 사용할 수 있는 싱크대도 있었다. 차량 외부의 태양전지판과 차량 전면의 대형 회전 날개가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를 만들어 내부 장비들을 구동시키는 구조였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것은 한 켠에 놓여져 있던 자전거와 선풍기. 자전거 바퀴를 돌리면 에너지가 발생해 자전거와 연결돼 있는 선풍기를 돌리는 구조였다. 한 명이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 3,4명이 한꺼번에 선풍기 앞으로 달려가 환성을 지르며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태양광판과 소형 선풍기가 달린 모자, 손으로 돌려 전력을 일으키는 휴대전화 충전기, 태양광으로 작동되는 저울과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노트북컴퓨터 가방 등 신기한 물건들이 차량 안에서 마구 쏟아졌다.
잠시 후 자전거가 운동장으로 내려왔고, 믹서기와 함께 바나나가 한 상 가득 차려진 탁자가 그 옆에 놓여졌다. 어린이들이 직접 자전거를 돌려 에너지를 발생시킨 뒤 믹서기에 전달해 바나나 셰이크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결코 시원하지 않은 날이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10명이 한 조가 돼 땀을 뻘뻘 흘리며 페달을 돌렸다. 에너지 전달이 원활해 믹서기가 잘 돌아가면 환성을 질렀고, 미숙한 페달질로 바나나가 제대로 으깨지지 않으면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에너지 노동’의 결과물을 맛볼 때 이들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듯 보였다.
이날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은 상당수가 에너지 관리공단에서 교육을 받았을 정도로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었다. 에코롱롱 교육은 이들이 그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6학년 원기의 꿈은 신재생에너지 연구원.“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서 아직까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고 싶어요.” 원기의 당찬 포부다. 동급생인 진탁이도 비슷한 꿈을 갖고 있다. 진탁이는 “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식도 얻으면서 친구들과도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기회가 있다면 한번 더 에코롱롱 체험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다시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 연구주임인 이란희(42) 교사는 “실제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공부를 하는 형식이어서 어린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차량이 한 대 밖에 없어 자주 체험할 기회가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라고 말했다.
오후 3시, 짧기만 했던 2시간의 교육이 끝났다. 어느 새 친해진 아이들과 지도교사들은 온몸으로 작별인사를 나눴다. 아이들의 손에는 재활용 소재로 만든 연필이 세 자루씩 쥐어져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 아이들은 어느 새 에너지 전문가가 돼 있었다.
홍천=박진석기자 jseok@hk.co.kr
■ 코오롱그룹의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
"인생에서 영원한 내 것은 없다. 내 것을 갖기 위해 투쟁했지만 성취한 다음에는 남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내놓아야 한다."이동찬 명예회장이 남긴 이 글은 왜 코오롱그룹이 그토록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설명해 준다.
현재 코오롱의 사회활동 중 가장 주목 받는 것이 바로'에코롱롱'(eco longlong)이다. 에코롱롱 교육은 말 그대로 자연환경에서 얻을 수 있고, 오래도록 쓸 수 있는 에너지에 대한 교육이다. 주로 서울과 경기 지역 초등학교에서 교육이 진행됐지만 지방에서 방문 요청이 쇄도해 최근 강원 지역 4개 초등학교에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생생한 체험을 통해 에너지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현재 여유 스케줄이 없을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무보수의 에코롱롱 프로그램이 유지 가능했던 것은 코오롱그룹의 비영리 재단법인인'꽃과 어린 왕자'의 지원 덕분이었다. 2002년 설립된 이 재단은 활발한 어린이 지원 활동으로 짧은 시간에 대표적 어린이 장학재단으로 자리잡았다.
에코롱롱과 함께 이 재단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코오롱어린이드림캠프'다. 2004년부터 매년 진행해 온 이 행사는 저소득계층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응원하는 특별한 캠프다. 지난해 11월 열린 6회 캠프에는 23명이 초청돼 1박2일 동안 자아계발 프로그램인 '슈퍼 캠프', 경제관념을 익히는'놀이로 배우는 경제'등이 진행됐다. 이 어린이들은 중학교에 다니는 동안 1인당 410만원의 장학금도 받게 된다.
그룹 차원의 봉사활동도 적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이상 진행해 온 '살맛 나는 세상'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은 1998년 초 아름다운 이야기를 널리 퍼뜨려 보다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코오롱은 전국의 선행 미담 사례를 발굴한 뒤 격월간 잡지로 엮어 매호 3만여부를 무료 배포하고 있다.
코오롱의 또 다른 비영리 재단법인인 오운문화재단은 이 중 우수 사례들을 대상으로 '우정선행상'을 시상하고 있다.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전시회인'코오롱 여름문화축제'도 빼놓을 수 없는 행사다. 올해는 지난 26일부터 9월13일까지 경기 과천시 그룹 본사 1층 특별전시장에서 '얼굴을 부탁해전(展)'이 진행된다. 작가 16명이 얼굴을 소재로 창작한 회화, 조각, 설치작품 등 90여 점을 전시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임직원 부인들도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200여명의 코오롱 임직원 부인들로 구성된 코오롱가족사회봉사단은 2000년6월 창단 이래 10년째 서울, 경기도, 경상도 지역 등 전국 5개권역 13개 기관 등에서 소외 받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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