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시에서 열리는 ‘원폭희생자 위령식 및 평화기념식’에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한다. 평화기념식에 주일 미대사와 현역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하기는 처음이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핵 없는 세계’ 실현을 표방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핵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28일 기자회견에서 루스 대사의 기념식 참석을 발표하며 “2차대전으로 희생된 모든 이들에 애도의 뜻을 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하는 히로시마시는 1998년부터 해마다 모든 핵보유국에 참석을 요청해왔지만 미국이 이번에 처음 참가하는 데 대해 크롤리 차관보는 “지금이야말로 행사 참석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루스 대사는 지난해 10월 히로시마시를 방문해 원폭자료관 등을 둘러본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히로시마 방문을 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언젠가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미국내에서는 “대통령이 가면 사죄로 오해 받는다”는 지적도 있어 우선 루스 대사 참석으로 여론의 반응을 보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히로시마 행사 참석에 앞서 5일 나가사키(長崎)시도 방문한다. 반 총장은 일본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유엔과 국제사회가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에 협력하는 자세가 분명해질 것”이라며 “이번 방문에서 핵군축을 추진해가는 정치적인 기운을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식에는 이밖에도 프랑스가 처음 참가하는 것을 비롯해 러시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의 핵보유국이 대표를 파견할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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